성기호기자
[아시아경제 성기호 기자] 중국이 급성장한 디지털 경제에 대한 대대적 규제에 나서면서 국내 금융사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중국의 강력한 규제 적용으로 중국 기업과 제휴를 하거나 지분투자를 받은 금융사들의 ‘대주주 적격성’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국내 라이선스를 해외 당국이 허가하는 꼴"이라며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최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입법업무계획에서 13년 만에 반독점법을 개정한다고 밝혔다. 최근 급격히 성장한 디지털 경제에 대한 규제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분석이다. 앞서 지난달에는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 역할을 하는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이 인터넷 기업에 대한 규제 시행에 나섰다.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은 ‘인터넷 플랫폼 기업에 관한 국무원 반독점위원회 지침’을 발표하며 다양한 핀테크(금융+기술) 기업에 대한 규제를 예고했다.
이처럼 중국 규제 리스크로 인해 현지의 플랫폼 기업에서 투자를 받은 국내 금융사들의 사업 확장에도 문제가 될 소지가 커졌다. 대표적인 곳이 카카오페이다. 카카오페이는 지난해 12월 마이데이터 예비허가 심사를 신청했으나 2대 주주인 알리페이싱가포르홀딩스의 중국 당국의 제재 여부를 묻는 서류 제출 미비로 보류당했다. 금융 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는 1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주주를 대상으로 한다. 카카오페이의 지분구성은 카카오가 56.1%, 알리페이가 43.9%로 본허가 심사를 받기 위한 지분 조정도 어렵다.
업계에서는 "마이데이터 사업의 최종 결정권자가 중국 당국이 됐다"는 비판이 나왔다. 카카오페이가 핀테크 사업 능력이나 도덕성과 무관하게 중국 정부와 현지 기업의 마찰로 탈락 위기에 몰렸기 때문이다. 실제 카카오페이는 금융 당국의 심사 이후 2개월째 예비 허가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다른 금융사들도 중국뿐만 아니라 해외 자본의 지분이 문제가 될 경우 국내 산업까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일각에서는 중국 당국이 규제 강화에 나서면서 우리 기업 성장을 억제하기 위해 규제를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국내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 우리 당국이 더 유연하게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마이데이터 특성상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사업이 좌초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오히려 소비자 보호를 위한 보안 정책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비스 중단으로 소비자 불편이 초래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금융 당국이 예외적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성엽 고려대 교수는 “마이데이터 사업 활성화를 위해 예외 조치가 필요하다”며 “금융 규제 샌드박스, 감사원 컨설팅, 우선 허가 등 다양한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