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분쟁' 한국타이어·금호석화의 닮은 주총 '주주제안'

[아시아경제 이기민 기자] 주주제안이 경영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기업 일가의 새로운 무기로 떠오르고 있다. 지분율에서 밀리는 상황에서도 자신들이 추천한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을 주주총회에 안건으로 상정할 수 있어서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앤컴퍼니(한국타이이어앤테크놀로지의 지주회사)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각각 다음달 30일 주주총회를 연다. 한국앤컴퍼니 주주총회에서는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대표이사가 주주제안한 이한상 고려대 교수의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건이 표결에 부쳐진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의 경우에도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이 주주제안을 통해 요청한 이혜웅 비알비 코리아 어드바이저스 대표이사의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선임 건도 주주총회에서 결정된다.

한국앤컴퍼니그룹은 아버지인 조양래 회장이 차남인 조현범 사장에게 자신이 보유한 그룹 지분 23.59%를 넘기며 후계자로 지목한 것을 두고 경영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 차녀 조희경 이사장이 아버지의 결정에 의문을 제기하며 서울가정법원에 한정후견 개시 심판 청구를 접수하기도 했다. 조 대표도 참가인 자격으로 재판에 참여, 조희경 이사장의 편에 선 상황이다.

‘조카의 난’으로 일컬어지는 금호석유화학 경영권 분쟁의 경우에도 박찬구 회장의 조카인 박 상무 측이 지난달 본인의 사내이사 추천, 사외이사·감사위원 추천, 배당 확대 등이 담긴 주주제안을 전달했다. 현재 박 상무의 금호석유화학 지분율은 10.00%로 최대주주다. 그러나 박 회장(6.69%)과 박 회장의 아들인 박준경 전무(7.17%), 딸 박주형 상무(0.98%)의 지분을 합치면 14.84%로 박 상무보다 4.84%포인트 높은 상황이다.

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상무

조양래 한국앤컴퍼니 회장의 후계자 지목에 반기를 둔 장남과 차녀, 숙부인 박찬구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선임에 주주제안을 한 것이다. 주주제안은 의결권 없는 주식을 제외한 발행주식총수의 100분의 3에 해당하는 주식을 가진 주주는 일정한 사항을 주주총회의 목적사항으로 할 것을 제안하는 것을 뜻한다. 지난해말 상법이 개정되면서 주주제안 조건인 주식 보유 6개월 제한이 없어졌다. 또한 사외이사를 겸하는 감사위원을 뽑을 때는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합산하지 않고 개별적으로 3% 의결권 제한 규정이 적용된다.

주주제안과 3%룰이 경영권을 가지고 있는 최대주주를 견제하고 기업경영을 투명화 시킨다는 본래 입법 취지와는 다르게 총수 일가의 경영권 다툼 수단으로 비쳐지는 모양새다. 업계 일각에서는 지분율이 떨어지는 조 대표와 박 상무가 이사회에서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주주 제안을 한 것 아니냐고 보고 있다.

조 대표와 박 상무가 법률대리인을 통해 이번 주주제안을 진행했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법무법인 KL파트너스는 각각 조 대표와 박 상무의 법률대리인으로 선임돼 주주총회 등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조 대표의 경우 회사의 부회장이자 이사회 의장인데 법률 대리인을 선임해 이번 주주총회를 대응하는 것에 대해 한국앤컴퍼니 안팎에서는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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