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야당, '코로나 정치적 이용말라'...궁지몰린 야신 총리

비상사태 선포로 의회소집과 총선금지
과반의석 잃어도 총리직 수행..."봉쇄령으로 충분" 비난

무히딘 야신 말레이시아 총리가 지난 12일 압둘라 술탄 국왕이 전국 비상 사태 선포를 승인했다고 발표하는 모습이 TV 화면으로 중계되고 있다. 쿠알라룸푸르=신화·연합

[아시아경제 쿠알라룸푸르 홍성아 객원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좀처럼 잡히지 않자 말레이시아가 전국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부가 정치적 이유로 코로나19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19일 더스타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야당인 인민정의당(PKR)을 이끄는 안와 이브라힘은 과반수 의석을 잃은 총리가 비상사태를 악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PKR 지도자 안와 이브라힘은 "코로나19 확산세를 통제하기 위해서는 봉쇄령을 시행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면서 "실업률, 빈곤 격차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비상사태는 경제 악화를 심화할 뿐이다"고 밝혔다.

그는 비상사태 조기 해제를 위한 의회 소집을 촉구했다. 림관응 전 재무부장관도 정치적 동기 외에 비상사태를 선언할 목적은 없다고 지적했다. 모하맛 마하티르 전 총리는 15일 BFM 라디오 방송에서 무히딘 야신 총리를 "독재자"라며 공개적으로 비난했다.앞서 무히딘 야신 말레이시아 총리는 지난 12일 압둘라 국왕이 전국에 비상사태를 선언했다고 밝혔다. 전날 총리가 국왕에게 비상사태 선언을 요청하자 국왕이 이를 승인한 것이다.

비상사태는 오는 8월 1일까지로 확진자가 줄어들 경우 조기 종료될 수 있다. 하지만 전날 무히딘 총리는 2주간 5개주(페낭·슬랑고르·믈라카·조호·사바)와 연방정부에 대한 봉쇄령을 선포했기에 일각에서는 무히딘 총리가 정치적인 목적으로 비상사태를 시행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비상사태를 선포할 시 의회 소집 및 총선 같은 정치 활동이 금지되기 때문이다. 과반의석을 잃은 무히딘 야신 총리는 사임과 함께 조기 총선을 앞두고 있다.

무히딘 야신 총리는 최근 여당 연합의 주축인 통일말레이국민조직(UMNO) 의원들이 지지를 철회함에 따라 과반의석을 잃게 됐다. 지난 9일 UMNO 아흐마드 자즈란 야쿱은 의원이 무히딘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고, UMNO 모하마드 나즈리 아지즈 의원도 12일 연이어 무히딘 총리 지지철회를 밝혔다.과반을 차지하기 위한 의석 수는 110석이지만 12일 지지철회로 무히딘 야신 총리는 109석을 확보해 사임과 함께 총선 시행의 압박을 받게 됐다. 하지만 비상사태 선포로 무히딘 야신은 당분간 총리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말레이시아는 지난해 9월 사바주 지방선거 이후 심각한 코로나19 재확산을 겪고 있다. 10월 말까지 누적 확진자는 3만 여 명에 불과했지만, 1월 16일 처음으로 일일 확진자 수 4000명을 넘기면서 누적 확진자 수는 15만 명을 훌쩍 넘어섰다. 감염자 대부분은 수도권과 사바 지역에 발생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세를 통제하기 위해 13일부터 26일까지 2주간 단기 봉쇄를 취하고 있다. 감염자가 가장 많은 5개주와 연방정부에 봉쇄조치 중 가장 강력한 이동제한령(MCO)을 재도입했고, 6개 주(파항·페락·느그리 셈빌란·끄다·뜨렝가누·끌란탄)에 2단계 봉쇄령인 조건부 이동제한령(CMCO), 사라왁과 쁘를리스 2개 주에 봉쇄 단계가 가장 낮은 회복이동제한령(RMCO)을 적용하고 있다. 이동제한령 시행으로 거의 모든 사업장 영업이 중단되자 말레이시아 상당수 기업은 ‘비상사태’보다는 ‘이동제한령’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말레이시아 중소기업협회 마이클 강 회장은 "올해 이동제한령을 2개월 이상 시행하면 국내 중소기업의 30~40%가 문을 닫게 될 것"이라며 "봉쇄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세를 감소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쿠알라룸푸르 홍성아 객원기자 sungah@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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