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자보다 사망자 많은 '데드크로스' 인구절벽 현실화…대책 마련 시급

작년 출생자보다 사망자 많은 '데드크로스' 인구 감소 현실화
40년 뒤 인구 2500만명 '반 토막 대한민국' 전망
전문가 "저출산 문제, 청년 고용난 해결해야"

행정안전부가 지난 3일 발표한 '2020년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사망자수가 출생아수를 추월하는 '데드크로스' 현상이 사상 처음으로 나타났다./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강주희 기자]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사망자수가 출생아수를 추월하는 '인구 데드크로스' 현상이 나타나면서 '인구절벽' 위기가 현실화하고 있다. 인구 감소로 인해 노동·소비가 줄면서 국가 경제를 비롯한 전반적인 영역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는 저출산 문제는 청년층의 고용난 문제와 연관되어 있으며, 사회를 안정화할 수 있는 근본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행정안전부가 지난 3일 발표한 '2020년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2020년 12월31일 기준 주민등록 인구통계상 인구 증가율이 전년 대비 2만838명 감소한 5182만9023명을 기록했다. 지난해 출생자는 27만5815명으로, 3만2882명 줄어든 반면 사망자 수는 30만7764명으로 9269명 늘어 사상 첫 '데드크로스'가 발생했다.

우리나라에서 인구통계상 인구 감소가 확인된 것은 1962년 주민등록제도가 도입된 이후 처음이다. 사망자 수가 증가한 영향도 있지만, 청년층의 일자리 감소로 출산율이 급격히 저하된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저출산 기조는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출생률은 지난 2017년 처음 40만명 아래로 떨어진 후 매년 줄어들어 3년 만인 지난해 30만명 선까지 주저앉았다.

가임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하는 자녀의 수 '합계출산율'도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지난 2019년 0.92명, 지난해는 1분기 0.9명, 2·3분기 0.84명 등 계속해서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유엔(UN) 인구기금에 따르면, 세계 평균 합계출산율은 2.4명으로 우리나라보다 출산율이 낮은 국가는 없다. 한국은행은 오는 2022년에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이 0.72명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060년에는 생산가능인구 1명당 부양해야 하는 노인수가 0.98명으로 늘어나, 미래세대 부담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40년 뒤에는 우리나라 인구가 절반 이하로 감소하는 '반토막 대한민국'을 맞이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한경연은 지난해 7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2060년 인구는 2500만명으로, 생산가능인구는 48.1%, 현역병 입영대상자는 38.7%, 학령인구(6∼21세)는 42.8%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저출산·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 1명당 부양해야 하는 노인 수는 0.22명에서 0.98명으로 늘어나, 미래세대 부담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한경연은 예상했다.

생산가능인구가 줄고 노인을 부양해야 하는 부담은 커지면서 '인구 절벽' 문제로 인해 국내 경제의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한 '2020~2060년 장기재정전망'에서 현재의 인구 감소와 성장률 하락 추세가 유지된다면 2060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0.5%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총생산(GDP)이 줄어들면서 국가채무비율은 81.1%로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2015년 첫 발표 당시 전망치(62.4%)보다 18.7% 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2021년 새해 첫 근무일인 4일 서울 구로구 신도림역에서 출근길 시민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이에 정부는 지난해 12월 '제4차 저출산·고령화 기본계획'(2021~2025)을 발표, 총 169조원의 재정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주요 정책으로는 ▲ 모든 만 0∼1세 영아에게 2022년부터 30만원(2025년까지 50만원으로 단계적 인상)을 지급하는 영아 수당 신설, ▲ 출산 시 200만원을 바우처 형태로 지급, ▲ 임신·출산 진료비 지원 상한 확대, ▲육아 휴직 급여 전면 개편 등 현금성 지원으로 출산을 장려하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이 같은 현금성 지원은 저출산 문제의 근본적 해법이 될 수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아동 수당 지급은 단발성 효과에 그칠 수밖에 없으며 출산을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등 삶의 질 개선이 중점적으로 검토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는 저출산 문제의 원인은 청년층의 고용 충격 문제와 연관되어 있으며, 사회를 안정화할 수 있는 실질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인구는 국가의 중요한 노동력이고 자산이라고 할 수 있다. 인구의 감소는 곧 국부(國富)의 감소를 의미한다"라며 "인구가 감소하면 노동력이 감소하고 소비력이 떨어지면서 기업의 투자 이루어지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출산 문제는 재정을 뿌린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출산은 사람들의 가치관이 변해야 달라질 수 있는 문제"라며 "지금처럼 고용난이 심각하고,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는 상황에서 무슨 재주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나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정부가 출산 장려 정책으로 재정을 어마어마하게 쏟고 있는데, 아동수당 지급은 출산 자체에 대한 인센티브가 아니다"라며 "노동시장의 문제들, 청년들이 진입하기 좋고, 기업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이 같은 내용은 저출산 정책에 하나도 포함되어 있지 않다. 이런 상황에선 결혼과 출산이 꺼려질 수밖에 없다. 지금이라도 인구감소 문제의 본질을 이해하고 사회를 안정화할 수 있는 정책을 전면적으로 펴야한다"고 강조했다.

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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