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효원기자
폐기물 처리업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부상했다. 매립할 곳은 점점 줄어드는 데 폐기물은 늘어나면서 처리 단가가 하루가 다르게 오르고 있다. 산업이 발달하고 인구가 증가할수록 폐기물이 늘어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일회용품 사용량이 늘면서 폐기물 증가 속도가 빨라졌다. 반면 매립지 확보는 여의찮다. 불법 폐기물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정부는 지난 5월 환경 규제를 강화했다. 배출업자와 운송업체 책임을 강화하고 일정한 주기마다 폐기물 처리업 적합성 검사도 철저하게 시행하기로 했다. 신규 폐기물 처리업체가 진입하기 어려워지면서 기존 업체는 안정적 성장을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렸다. 아시아경제는 국내 폐기물 처리업체 가운데 인선이엔티와 제넨바이오의 사업 역량과 폐기물 처리 잔여 용량, 재무구조 등을 분석하고 성장 가능성을 가늠해 본다.
[아시아경제 장효원 기자] 폐기물 처리업체 제넨바이오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다른 폐기물 업체가 승승장구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하고 있지만 이조차도 금융당국으로부터 증권신고서가 두 차례나 반려되면서 지연되는 상황이다.
제넨바이오는 의약품 및 의료기기 유통업, 폐기물처리업, 이종장기이식 제품 개발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다. 지난해 기준 각 부문별 매출액 비중은 유통업 61.8%, 폐기물처리업 35.7%, 이종장기이식 제품 개발 바이오사업 2.5% 등이다.
제넨바이오는 2017년 7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것을 제외하면 2012년 이후 줄곧 적자를 이어왔다. 최근 2년간 적자 폭도 다시 커지는 추세다. 지난해 영업손실은 119억원으로 2018년 24억원에서 5배가량 증가했다. 당기순손실도 430억원으로 8배 이상 급증했다.
제넨바이오가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이유는 매출원가와 판관비가 대폭 증가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제넨바이오의 매출액은 116억원을 기록했는데 매출원가가 109억원을 차지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65% 늘어난 반면 매출원가는 195% 급증한 것이다.
매출보다 매출원가가 큰 폭으로 늘어난 이유는 매출 증가분이 대부분 상품 유통 매출이기 때문이다. 제넨바이오는 지난해부터 전문의약품과 의료기기 등을 유통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이 사업으로 제넨바이오는 지난해 72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상품 매출원가가 71억원이다. 여기에 인건비, 수수료 등을 계산하면 적자를 본 셈이다.
판관비도 126억원으로 전년 대비 125% 증가했다. 직원이 늘면서 급여가 17억원에서 49억원으로 증가했고, 유통 매출로 인한 수수료 등의 항목이 포함된 기타 항목이 3억원에서 31억원으로 10배가량 급증했다.
올 3분기까지의 실적도 지난해와 비슷한 상황이다. 올 3분기 말 별도 기준 누적 매출액 89억원, 영업손실 86억원, 당기순손실 147억원을 기록했다. 역시 상품 매출원가가 70%에 가깝고 판관비가 100억원에 달한다.
제넨바이오가 턴어라운드를 위해 선택한 폐기물처리업도 점차 기우는 추세다. 2016년 말 제넨바이오는 폐기물처리업체 공감이앤티의 지분 99.78%를 76억8500만원에 인수했다. 또 대여금 23억원은 출자전환했다. 이후 공감이앤티를 제넨바이오가 흡수합병했다.
당시 공감이앤티의 기업가치는 126억원으로 평가됐다. 2017~2019년 사이 매년 14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것이라는 추정에 근거한 수치다. 하지만 실제 매출은 2017년 182억원, 2018년 69억원, 지난해 42억원, 올 3분기까지 18억원으로 예상과 큰 차이를 보였다.
주력 사업으로 내건 폐기물처리업이 위축되면서 재무상태도 나빠지고 있다. 제넨바이오의 순차입금은 2018년을 기점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2018년 87억원이던 순차입금은 지난해 151억원으로 불었고 올 3분기 말 기준 186억원까지 늘었다. 부채비율은 151.1%에 달한다.
부채의 대부분은 전환사채(CB)다. 올 3분기 말 기준 제넨바이오의 미상환 CB는 441억원 규모다. CB 전환가는 1195~1920원 수준이다. 오는 27일부터 순차적으로 전환청구 가능일이 다가오는데 주가가 3000원대 이상으로 유지되면 사채권자들이 전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CB가 전환되면 부채는 줄어들지만 2775만3585주(28.7%)가 새로 발행돼 기존 주주들의 주식가치가 희석될 전망이다.
또 제넨바이오는 CB 발행과 관련해 금융감독원의 제재를 받을 우려도 있다. 제넨바이오가 13회차 CB를 발행할 당시 사채권자와 양도담보계약을 체결했지만 그 내용을 공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제넨바이오는 2017년 이후 세 차례가량 50장 이상의 CB를 발행했는데, 이 CB가 발행 후 6개월 내에 50인 이상에게 매각됐을 경우 간주모집이 돼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가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제넨바이오는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이 같은 문제를 뒤로하고 제넨바이오는 신규 투자를 집행하겠다며 515억원 규모의 주주배정후 실권주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진행하는 중이다. 이 중 117억원은 새로운 매립장 부지 매입 잔금을 치르는 데 사용할 예정이다.
다만 제넨바이오의 유상증자는 계속 지연되고 있다. 금융당국으로부터 증권신고서가 두 차례나 반려돼서다. 금융당국은 제넨바이오의 투자위험에 대해 더 자세한 설명서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두 번째 정정 신고서에는 CB 공시 문제로 금감원의 제재가 있을 수 있다는 내용이 추가되기도 했다. 유상증자가 지연되면서 매립장 잔금 납입도 불투명해지고 신규 투자도 모두 멈춰있는 상태다.
이에 대해 제넨바이오 측은 “경산매립장 부지 잔금 납입일이 오는 30일인데 유상증자가 지연되면서 거래 상대방과 잔금 지급일에 대해 협의하는 중”이라며 “만약 계획대로 증자가 성공해 경산매립장을 인수하더라도 시설 구축에 18개월가량 소요돼 실제 매출은 2022년부터 발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효원 기자 specialjhw@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