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6년…복지사각지대는 여전

사건 후 관련법 개정했지만 방배동 모자엔 무용지물
시민단체 "부양의무자 기준 없었다는 생활보장 됐을 것"

▲복지 사각지대를 없애는 것이 복지정책의 시작이다.[사진제공=복지부]

[아시아경제 유병돈 기자] 서울 서초구 방배동 재건축 예정 단지에서 발달장애인 아들을 둔 여성 김모(60)씨는 생활고 속에 숨진 뒤 반년 넘게 방치됐다. 정부는 2014년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공과금 체납과 단전ㆍ단수 등 33가지 항목을 정해 '위기 가구'를 찾는 등 관련법을 개정했지만, 여전히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에게는 무용지물이었다.

정부는 취약가구 발굴 시스템에서 기초생활수급자를 제외한 규정을 개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보건복지부 고위 관계자는 16일 "기초생활수급자의 경우 (지방자치단체의 복지급여) 수급자 관리망에 있을 것이라고 여겨 지자체에 통보하지 않았다"면서 "수급자지만 위험 징후가 있는 사람까지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을 통해 통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방배동 모자 사건의 아들 최모(36)씨는 숨진 어머니 곁을 지키다 전기ㆍ가스 등이 끊기자 집을 나와 노숙 생활을 이어가다 사회복지사에게 발견돼 어머니의 죽음을 알릴 수 있었다. 이들 모자는 무려 100개월 치 건강보험료를 내지 못했고, 전기ㆍ가스 요금도 올 봄부터 밀린 상태였다. 이 경우 건강보험공단이 사회보장정보시스템에 등록, 보건복지부가 취약가구로 분류해 지자체에 통보해야 한다.

그러나 기초생활수급자 혜택을 받으면 이마저도 대상에서 제외됐다. 매월 450만명 가량이 건강보험료를 체납하는데 이 중 수급자가 아닌 20만명 가량만 지자체에 통보됐다. 복지부 관계자는 "통보 인원이 많아지면 지자체의 업무가 많아지기 때문에 위험 징후가 있는 수급자 통계를 뽑아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부양의무자 기준(일정 수준의 소득ㆍ재산이 있는 가족이 있으면 복지 혜택 대상에서 제외) 때문에 이들 모자의 비극을 막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의료ㆍ생계급여는 부양의무자 존재에 따라 지급 여부가 결정된다. 현행법상 교육ㆍ주거급여를 제외한 나머지 기초보장 급여는 부양의무자(1촌 직계혈족 및 그 배우자) 동의를 받아 소득조사가 이뤄져야 하는 탓에 혜택을 받기 위해선 그들에게 연락이 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김씨는 평소 이혼한 전 남편(아들의 부양의무자)과 딸(김씨의 부양의무자)에게 어려운 상황이 알려지는 것을 극도로 꺼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달에 25만원 남짓인 주거급여 외에 생계급여나 의료급여는 신청을 거부한 이유다.

김씨는 2005년 뇌출혈 수술 기록이 있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구두소견도 '지병으로 인한 변사'였다. 의료급여를 받지 못해 병이 있었음에도 병원을 찾지 못했던 셈이다. 또 아들 최씨도 장애인으로 등록돼지 않아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했다. 장애인 등록을 위해 필요한 정밀검사비(40만~60만원)와 6개월간의 치료비(200만원 이상)는 기초생활수급자인 모자가 감당하기엔 큰 금액이었다.

시민단체 '빈곤사회연대'는 성명을 통해 "부양의무자 기준이 완전히 폐지된 상황이었다면 김씨가 의료급여 장기체납 문제를 해결하거나 공공일자리가 끊긴 기간에도 생계급여로 최소한의 생활비를 보장받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생계급여는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수급 여부가 결정되지만, 의료급여의 경우 부양의무자 기준이 폐지되더라도 본인 부담은 차이가 없다"면서 "재정부담이 크기 때문에 당장 폐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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