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나영기자
김창희 인천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얼마 전, 예전에 가르쳤던 학생 한 명과 우연히 연락이 닿아 차 한 잔을 하게 되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동문 선배가 하는 작은 스타트업에서 근무하던 그 학생은 얼마 전 대기업으로 이직을 했다고 했다. 우선 축하의 말을 건넸다. 그런데 그 학생의 입에서 전혀 예상치 못했던 다른 말이 나왔다.
다시 이직하기 전의 스타트업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그러기가 힘들다는 것이었다. 궁금함에 그 이유를 묻자 바로 동료들 때문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지금 직장에서 동료들과 맞지 않은가 보다 생각했지만, 이어지는 대답은 놀라웠다. 지금 현 직장에서도 너무 다들 잘 대해준다는 것이었다. 이 학생은 곧 연인과 결혼을 앞두고 있어 안정된 직장을 원해 이직을 했던 것인데, 과연 스타트업의 동료들은 무엇이 특별했기에 다시 돌아가고 싶었을까?
그 이유는 바로 ‘배움’이었다. 자신이 보고 배울 수 있는 영감을 주는 동료, 열정적인 동료야말로 그에게 필요한 복지였던 것이다. 이 말을 듣고, 나는 작년에 읽었던 패티 맥코드의 파워풀이라는 책이 떠올랐다. 그 책에서도 넷플릭스의 현재를 만든 이유로 A급 동료를 꼽고 있다. 경영진이 직원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보상은 금전적인 것보다 최고의 동료와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 그 자체라는 것이다.
하지만 거기서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평가 제도이다. 넷플릭스는 직원들에게 자유를 주는 대신, 그 반대 급부로 책임과 성과를 요구한다. 즉, 넷플릭스는 직원들이 알아서 일하는 문화를 만든 것이다. 그렇다면, 모든 기업들이 넷플릭스와 같은 평가 제도를 활용할 수 있을까? 넷플릭스와 같은 휴가를 원하는 만큼 주는 형태로 복지 제도를 개편할 수 있을까?
당연하게도 대부분의 기업들이 그렇지 못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가? 평가라는 것은 CEO와 직원의 의사소통과도 같다. 예를 들어 CEO가 이제부터 출근 시간을 평가에 반영하기로 한다면, 직원들에게 직접적으로 말한 것은 아니지만, 모든 직원들은 “아, CEO가 출근 시간을 엄수하라고 하는구나”라는 것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것이다. 즉, 평가 제도를 만든다는 것은 바로 직원들과 간접적으로 의사소통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회사의 컨셉이 나온다. 회사의 자원은 무한하지 않기에, 회사는 비전과 같은 일정한 방향성에 유한한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 즉, 회사가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창출하고 싶은지를 먼저 고민하고 난 뒤, 이를 평가 제도로 만들어야 한다. 또한 각 부서에서 하는 일이 다르기에 다른 평가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예를 들어, 출퇴근 시간이 필요 없이 아이디어를 내는 것이나 창의성이 중요한 업무라면 출퇴근 시간을 평가에 반영하지 않아도 된다.
가장 좋지 않은 회사는 열정적인 A급 인재들을 뽑아놓고, 이들의 잠재력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회사이다. 누구나 자신의 역량이 있고, 그 역량을 100% 이상 발휘하기 위해서는 평가 제도를 재점검해야 한다. 최고의 사내 복지를 고민한다면, 우선 인재들을 제대로 평가하는 평가 제도를 만들어라. 유능한 인재들이 자신의 잠재력을 발휘할 때, 그 옆의 다른 인재들도 영향을 받아 회사는 추가적으로 돈이 들지 않는 사내 복지를 실현시킬 수 있을 것이다.
김창희 인천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