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發 재택근무에 직원 이사행렬…美실리콘밸리 월세 '뚝'

샌프란시스코 집세, 9월 중 24.2%↓…실리콘밸리 2시간 거리 새크라멘토는 10.1%↑
페이스북·트위터 등 미국 IT기업들 재택근무 일상화…넓고 싼집 찾아 脫실리콘밸리

기사와 직접 관련 없는 자료사진임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i>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IT 기업 종사자 부부 제시 벌크와 샤니 벌크는 지난달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 페어오크스 외곽에 있는 방 4개짜리 주택을 매입했다. 올해 봄까지만 해도 실리콘밸리 중심지인 새너제이 지역의 좁고 에어컨조차 없는 아파트에서 서로 마주보고 노트북으로 업무를 해야 했던 어려움을 벗은 것이다. 재택근무가 가능해지면서 사무실 출퇴근을 고려하지 않아도 된 이들은 일자리를 유지한 채 넓은 방에 사무실도 만들었다. 샤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더 이상 좁은 공간에 있고 싶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새너제이에서 우리가 살 수 있는 집은 없었고 비교적 멀리 떨어진 새크라멘토로 오게 됐다"고 밝혔다.</i>

코로나19 사태로 IT 기업들이 도입한 재택근무가 미국 실리콘밸리의 업무 풍경뿐 아니라 부동산시장마저 바꾸고 있다. 부동산 수요가 달라지면서 주요 IT 기업 사옥이 몰려 있던 지역의 사무실과 주택 가격이 크게 떨어진 것이다. 높은 물가에 따라 임금을 높였던 IT 기업들은 주택 임대비용이 저렴한 외곽지역으로 이동하는 직원들의 임금을 깎겠다고 나서 갈등도 빚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미국 부동산업체 리얼터닷컴에 따르면 미국 전역에서 규모가 가장 큰 상위 100개 카운티 가운데 지난달 방 한 개짜리 주택의 임대비용이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진 지역은 실리콘밸리와 가까운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카운티로 전년 동기 대비 24.2%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샌프란시스코는 뉴욕보다 비싼 물가로 유명하며 특히 주택 렌트비용은 살인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곳이다. IT 기업들이 밀집돼 있는 팰로알토, 마운틴뷰 등이 속한 산마테오 카운티의 주택 월세는 12.0% 떨어졌으며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 카운티 역시 12.5% 하락해 낙폭이 큰 카운티 상위에 이름을 올렸다.

실리콘밸리발(發) 부동산 수요 감소는 주택뿐 아니라 사무실 임대에도 영향을 미쳤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 사무실 임대료는 코로나19 사태가 있었던 지난 3월 말부터 9월 말 사이에 4% 떨어졌다. 샌프란시스코 사무실 신규 임대 규모는 올해 3분기 70만평방피트(약 6만5000㎡)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1% 줄었다. 글로벌 종합부동산서비스회사 JLL의 크리스 로더 중개업자는 "사무실 투어나 거래 제안이 거의 없다. 거래 활동이 사실상 메말랐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반면 이러한 변화에 따라 상대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상승한 지역은 실리콘밸리에서 2시간가량 떨어진 주도(州都) 새크라멘토다. 새크라멘토의 방 한 개짜리 주택 월세는 지난달에만 10.1% 오르며 전국 상위 100개 카운티 가운데 5위 안에 들었다. 니콜라스 베도 리얼터닷컴 경제지표 애널리스트는 "미국 내에서 월세가 가장 비싼 샌프란시스코를 포함한 베이지역에 살던 IT 기업 종사자들이 재택근무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서 더욱 합리적인 지역으로 움직일 수 있는 여지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수요의 변화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IT 기업의 재택근무 확대에서 비롯됐다. 지난 3월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IT 기업들은 대부분 재택근무를 전격 시행했고 중장기적으로 업무 형태를 바꾸는 방안까지 내놓고 있다. 페이스북은 향후 5~10년 내 직원 절반을 재택근무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트위터와 마이크로소프트(MS)는 코로나19 이후에도 상황에 따라 재택근무를 할 수 있도록 하기로 했다. 구글은 근무지를 집과 사무실을 혼용할 수 있도록 하는 '하이브리드' 업무 방식을 모색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아직 완전한 업무 방식의 전환이라 보기는 어렵다는 목소리가 크지만 코로나19를 계기로 대대적 재택근무 실험을 한 만큼 큰 흐름은 변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이러한 재택근무 확대는 부동산 수요 변화에 이어 또 다른 문제를 낳고 있다. 바로 거주 지역에 따라 급여를 삭감하는 '급여 지역화' 논란이다. 능력 있는 전문가를 데려올 때 실리콘밸리의 높은 물가를 고려해 임금을 올려줬던 각 IT 기업들이 재택근무 확대 과정에서 이를 물가에 맞춰 지역에 따라 낮추려는 것이다. WSJ는 "베이지역 물가는 아이다호 보이시나 캔자스주 토피카보다 훨씬 비싸다"면서 "이들 지역에서 샌프란시스코에서 받던 급여만큼 줄 수 있는 일자리를 찾긴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MS 등은 지역별 연봉 차등을 둘 것이라는 점을 밝힌 바 있다. 페이스북 등 일부 기업은 직원들에게 내년 1월1일까지 이사 계획을 회사에 알려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온라인 결제업체인 스트라이프도 최근 샌프란시스코나 뉴욕 등에서 다른 지역으로 거주지를 옮기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이사를 위한 일회성 보너스를 2만달러 지급하는 대신 연봉을 10% 삭감하는 제안을 한 상태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의 브라이언 크로프 리서치 담당 수석은 "임금 감소분보다 생활비가 더 많이 줄어들 것"이라면서 텍사스 오스틴이나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살게 돼 임금이 10~20% 줄어도 더 여유롭게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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