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발니에 불똥튄 '러시아 천연가스 운송사업'…완공 앞두고 좌초 위기

"노드스트림2사업 중단해야"…독일 내부에서 대러 강경 목소리
공사 90% 진척, 내년 완공 앞두고 독일 선택 기로 직면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독일로 직접 공급하기 위해 추진되는 '노드스트림2' 사업이 완공을 눈앞에 두고 중단 위기에 처했다. 이 사업은 그동안 미국의 제재 위협에도 독일이 강하게 밀어부쳤는데, 러시아가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를 살해하기 위해 독극물을 사용한 정황이 확인되자 오히려 독일 내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러시아에 대한 제재 차원에서라도 사업 중단을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3일(현지시간) 노베르트 로에트겐 독일 하원 외교위원회 위원장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나발니의 '노비촉' 중독과 관련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메시지는 명백하다. 체제에 맞서면 목숨을 잃는다는 것"이라면서 "이 같은 맥락에서 봤을 때 외교적 대응만으로는 충분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로에트겐 위원장은 "강하게 나갈 필요가 있다. 독일은 푸틴 대통령이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대응해야 한다"며 "가스 판매 같은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이번 사건에도) 노드스트림2 가스관이 완공된다면 이는 푸틴 대통령이 이 같은 정치를 계속할 수 있겠다는 확신을 주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러시아 가즈프롬 소속 선박이 노드스트림2에 이용되는 파이프를 설치하고 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노드스트림2는 러시아에서 독일로 직접 공급하는 천연가스 규모를 2배로 늘리는 사업으로 러시아와 독일 사이에 1200㎞ 길이의 해저 천연가스관을 잇는 것이 핵심이다. 현재 90%의 공사가 완료됐으며 내년 초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은 그동안 유럽 내 러시아의 영향력 강화 등을 우려해 노드스트림2 사업에 반대해왔다. 반면 독일은 미국과의 갈등을 불사하면서까지 사업을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왔다. 하지만 나발니가 군사용으로나 사용될 수 있는 독극물 노비촉에 공격당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그동안 독일은 나발니가 독극물에 중독됐다는 정황이 확인되자, 의료진을 보내 자국으로 데려오는 등 이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특히 나발니가 정부기관이 아니면 구하기 힘든 독극물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러시아 정부 배후설에 무게를 실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워싱턴포스트(WP)는 메르켈 총리로서는 러시아와의 정치적 견해차와 경제적 유대관계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하는 숙제를 떠안게 됐다고 진단했다. 다만 유럽 내부에서는 러시아 제재와 관련해 조심스러운 목소리도 있다고 WP는 전했다. 러시아에서 벌어진 사건이라 조사하기도 어려우며, 누가 가해자인지 진상 규명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러시아는 독일 정치권의 노드스트림2 사업 중단 주장에 반발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궁 대변인은 "어떤 이유로 제재를 하겠다는 것인지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그는 "나발니가 어떻게 노비촉에 중독됐는지는 러시아 정부도 궁금하다"며 "아직 독일 정부로부터 어떤 정보도 받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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