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맛' 미성년자 성희롱 논란, 이대로 괜찮나 [김가연의 시선 비틀기]

"2차 성징 왔니?" '아내의 맛' 정동원 성희롱 논란…시청자 항의 빗발
제작진 "2차 성징 의학적 접근…신중하겠다"
전문가 "미디어, 시청자에 폭력 둔감화 영향…신중할 필요 있어"

지난 25일 방송된 TV조선 '세상 어디에도 없는 아내의 맛'에서 '미스터트롯' 출신 가수 정동원(13)과 임도형(11)이 이비인후과를 찾아 변성기 검사를 받고 있다/사진=TV조선 '세상 어디에도 없는 아내의 맛' 화면 캡처

[아시아경제 김가연 기자] TV조선 예능프로그램 '세상 어디에도 없는 아내의 맛'(아내의 맛)이 미성년자 출연진에게 2차 성징 여부를 묻고, 부적절한 자막을 붙인 장면을 방송했다가 성희롱 논란에 휩싸였다. 시청자들은 해당 프로그램이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데다, 출연진이 미성년자인 만큼 연출에 있어 더욱 신중했어야 한다며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5일 방송된 '아내의 맛'에서는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미스터트롯' 출신 가수 정동원(13)과 임도형(11)이 이비인후과를 찾아 변성기 검사를 받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의사가 정동원에게 "2차 성징 왔니?", "혹시 XX에 털 났니?"라고 묻는 장면을 두고 성희롱 논란이 불거졌다.

정동원은 의사의 질문에 "네?"라고 당황하면서도, "속옷 라인에 조금씩"이라고 답했다. 스튜디오에서 이 장면을 지켜보던 방송인 이휘재, 박명수 등 패널들도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방송이 끝난 이후, 시청자들은 이 장면이 명백한 성희롱이라며 비판을 이어갔다.

문제는 두 출연자 모두 미성년자라는 데 있다. 임도형은 2009년생으로 올해 11세이며, 정동원은 2007년생으로 올해 중학교 1학년에 진학했다. 전국으로 방송되는 프로그램에서 공개적으로 미성년자를 성희롱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해당 프로그램이 15세 관람가인 데다 동시간대 예능 프로그램 중 시청률 1위에 오르는 등 많은 시청자가 보는 방송임에도 이에 대한 문제의식 없이 그대로 송출됐다는 지적이다. 진료 과정에서 확인이 필요한 필수적인 질문이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방송에 내보내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특히 제작진이 해당 장면에 고추 이미지, '으른(어른)미 장착' 등 자막을 넣어 이를 희화화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시청자들은 "변명 빼고 사과하라", "청소년에게 수치심 방송 아주 악질", "삭제한다고 이미 방영된 게 없어지나", "사과나 해명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미성년자를 상대로 공개적으로 성희롱을 하다니" 등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일각에서는 프로그램 폐지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논란이 확산하자 제작진 측은 네이버TV 등에 게시된 해당 영상을 삭제하고, 2차 성징을 의학적으로 접근하기 위한 의도였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시청자들은 "해명이 아닌 변명"이라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송심의위) 민원 및 방송사 홈페이지, 포털사이트 댓글 등을 통해 항의를 이어가고 있다.

복수의 매체에 따르면 이번 성희롱 논란과 관련해 200여 건의 민원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방송심의위는 이에 따라 심의를 진행할 방침이다.

지난 25일 방송된 TV조선 '세상 어디에도 없는 아내의 맛'에서 방송인 이휘재와 박명수가 당황한 기색을 보이고 있다/사진=TV조선 '세상 어디에도 없는 아내의 맛' 화면 캡처

'아내의 맛' 제작진은 성희롱 논란이 확산하자 26일 공식입장을 내고 해명했다.

제작진은 "정동원과 임도형 군의 변성기 검사 내용 중 2차 성징과 관련한 질문이 방송된 것에 대한 제작진의 입장을 전한다"며 "녹화 당시 담당 주치의는 의학적으로 변성기는 2차 성징의 하나의 증거가 되기 때문에 관련 질문은 변성기를 가늠할 수 있는 기본적인 질문이라고 밝혔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수로서 한창 성장 중인 정동원과 임도형 군의 장래를 위해 변성기는 중요한 부분인 만큼 제작진은 이에 진정성을 부여하고자 2차 성징을 의학적으로 접근했다"며 "자칫 출연자에게 민감한 부분일 수 있다는 지적을 염두에 두고, 앞으로는 제작 과정에서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더욱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는 많은 사람들이 접할 수 있는 대중매체에서 성희롱 등의 문제를 가볍게 다룰 경우 문제를 인식하는데 둔감해질 우려가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27일 아시아경제와 통화에서 "어떤 사건이나 상황 등 자극에 노출될 때 처음에는 크게 느껴지더라도, 이후 비슷한 상황에 놓이게 되면 둔감화가 일어난다"며 "폭력도 마찬가지로 점점 수위가 높아져야 영향을 받고, 자극을 받을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곽 교수는 "미디어나 SNS 등을 통해 이같은 문제를 지속적으로 접하게 되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인식될 수 있다"며 "어린이나 청소년들이 이같은 영상이나 상황에 노출되면 이를 학습하게 되고 더 빠르게 둔감해진다. 그렇기 때문에 문제가 크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김가연 기자 katekim221@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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