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화기자
[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i>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지만 노사가 한마음으로 힘을 모아 위기를 극복하고 있는 강소기업들이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위축 등 수많은 환경 변화에도 이들 기업이 어려움을 이겨내고 있는 힘의 원천은 상생이다. 직원들이 행복하게 직장생활을 할 수 있게 돕는 사내 복지 제도 운영과 지속 성장을 위한 신기술 개발·투자 등 다양한 방법으로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경영자와 근로자가 공동의 목표를 위해 서로 배려하고 함께 나아가며 활력을 주는 '비타민 강소기업'들을 찾아 소개한다.</i>
"화장품을 빛나게 하는 것은 그릇(용기)이지만, 우리 회사를 빛나게 한 것은 직원들이다."
전경국 ㈜미영 대표는 "힘든 상황에서도 나를 믿고 따라줘 고맙다. 그들이 있었기에 포기하지 않고 오늘까지 버틸 수 있었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인천 남동공단에 위치한 ㈜미영은 다양한 모양·색채·크기의 화장품 용기와 디스플레이필름 직납용기 등을 생산하는 업체로 2003년 10월 설립했다.
지금은 1일 최대 30만여개, 월 최대 900만개의 용기를 생산할 수 있으며, 금형제작부터 원료사출, 인쇄 등 전과정을 원스톱으로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추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미샤, 더페이스샵 등 국내 유명 화장품 제조사 대부분에 용기를 납품하고 있다.
2018년 매출액은 207억원이었으나 지난해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등의 여파로 124억원으로 줄었다. 전 대표는 "올해는 코로나의 영향으로 더 어려워졌지만, 손소독제용 용기가 잘팔리면서 지난해와 엇비슷하게 매출이 유지될 것 같다"면서도 "주문만 들어오면 언제든지 대량·고품질 제품을 생산할 준비가 돼 있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진 않는다"고 자신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전 대표가 자신하는 가장 큰 이유는 직원들의 성원 때문이다. 그는 "코로나로 상황이 어려워지자 관리직들이 먼저 연봉을 줄이자고 했고, 주부사원들은 특별근무수당을 안받고 일하겠다고 해서 콧등이 시큰했다"면서 "맹장수술에서 깨어난 다음날 바로 출근할 정도로 직원들의 애사심이 강하다. 경영자 입장에서 직원들에게 늘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털어놨다.
매출액이 많지 않음에도 직원들의 복지는 챙긴다. 내일채움공제 제도를 활용해 직원들의 목돈 마련을 돕고, 5년 이상 근무한 직원의 자녀가 대학에 진학하면 입학 때 학자금 200만원을 지원해준다.
전 대표의 또 다른 자신감은 '기술'과 제품의 뛰어난 품질, 우수한 디자인 등에 있다. '디스플레이필름 직납용기' 제작기술, '에어타이트 새도우 용기' 특허 등 다양한 기술을 갖고 있다.
디스플레이필름 직납용기는 디스플레이 장치에 들어가는 고가의 필름을 보관·이송하는 장치로 정전기방지, 오염방지, 제품훼손방지 등의 필수기능을 갖춰야 한다. 이동단계를 거치지 않고 필름이 곧바로 생산라인에 투입될 수 있도록 설계돼 물류비와 품질 관리비가 절약되는 특수 용기다.
'에어타이트 새도우 용기'는 특허를 가진 미영만의 기술이다. 수분을 함유한 새도우 내용물은 밀폐 상태를 항상 유지해야 하지만, 말랑한 형태의 내용물은 충격을 받으면 내용물이 용기에서 이탈해 망가지기도 한다. 이를 용기 내부에 장착된 원형링이 잡아줘 내용물이 용기에 잘 안착되도록 도와주는 특수한 화장품 용기다.
디자인개발팀이 유행을 선도하는 디자인을 설계하면 이 디자인을 다양한 색채와 모양의 용기로 만들어 낼 수 있는 기술이 뒷받침해준다. 고객사가 원하는 어떤 형태의 용기도 척척 만들어낸다.
전 대표는 "크림용기 금형 하나 남은 낡고 지저분한 빚더미 공장을 떠안았다"면서 "돈이 없어 전기공사, 용접 등 온갖 일들을 직접했고, 식비도 부족해 매일 먹는 라면이 지겨워 점심 저녁은 다른 라면을 먹으면서 버텼다"고 초창기 어렵던 시절을 회상했다.
그는 "투자 사기를 당해 8억원 가량의 빚을 진 미영산업을 투자금 대신 떠안았고, 빚 갚은데만 7년이 걸렸다"면서 "빚더미 위에서 매출 5000만원에 불과한 회사를 15년 만에 200억원 하는 회사로 키웠다"고 말했다.
당시 딱 하나 남았던 크림용기 금형을 자산삼아 기술 개발에 매달려 지금은 180여 곳, 1200여 품목을 납품하는 회사로 성장한 것이다. 전 대표는 오랜 기간 자신과 함께 해준 임직원들을 콕 집어 연신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는 "창업 초기 장무청 이사는 한 가정의 가장이면서도 회사가 어려운데 급여를 어떻게 받아가느냐고 말했던 사람이고, 임지운 실장은 자금과 직원문제로 어려운 것을 알면서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흔쾌히 와 준 사람"이라고 했다.
그는 또 미영산업에서 경영자가 자신으로 바뀔 때 더 좋은 조건의 다른 회사로 옮길 수 있었지만 이 회사에 남아준 직원들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회사이름을 미영산업에서 ㈜미영으로 유지한 것도 이들에 대한 고마움을 임지 않기 위해서"라면서 "지금은 매출이 잠깐 줄어든 것 뿐이다. 직원들과 함께 업계 1위 업체인 연우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회사로 키워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 설립연도 : 2003년 10월
- 기업명 : ㈜미영
- 주요제품 : 화장품 용기, 디스플레이필름 직납용기
- 매출액 : 124억원(2019년 기준), 2018년 207억원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