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민기자
[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당정이 임대차 3법(전월세신고제,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의 국회 통과를 서두르는 가운데, 이 법이 헌법과 법률이 정한 대원칙을 훼손해 문제라는 시각이 법조계에서 나오고 있다. 아울러 정부가 주택시장에 강제로 개입함으로써 야기할 수 있는 각종 부작용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오랜 법률적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엄정숙 부동산전문변호사(법도 종합법률사무소)는 29일 통화에서 "임대차 3법이 시행되면 임차인이 임대인보다 우위에 서는 역전 현상이 생길 수 있다"고 진단했다. 임 변호사는 또 "임대인의 선택권을 제한해 당사자들이 대등한 지위에서 계약해야 한다는 민법의 본래 원칙에서 많이 벗어난다"고 해석했다.
엄 변호사를 비롯한 법조계 관계자들은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만으로도 임차인이 많은 보호를 받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임대인의 이른바 '갑질'로부터 임차인을 구제할 환경은 충분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임대차 3법이 시행될 경우, 임차인의 지위는 더욱 높아지고 오히려 갑질의 주체가 바뀔 수 있어 입법취지에 어긋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익명을 요구한 서초동의 또 다른 변호사는 "1990년대부터 채권(계약당사자 2명 사이에서만 효력이 인정되는 권리)이었던 임차권을 물권(계약당사자 2명을 비롯해 다른 절대 다수의 주변인들에게도 효력이 인정되는 권리)으로까지 인정해주면서 임차인의 권리보호를 강화해왔다"며 "이번 임대차 3법은 그 이상을 해주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국가와 임차인의 동의 없이는 주택을 마음대로 처분할 수도 없게 돼 임대인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변호사들은 특히 임대차 계약을 연장할 때 전세 보증금 및 월세 인상률을 제한한 전월세상한제를 '요주의 법'으로 꼽았다. 법무부 등에 따르면 그 비율은 5%내에서 해당 지역의 지방자치단체가 결정하도록 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자연스럽게 움직여야 하는 시장을 국가가 제어했을 때는 새로운 문제가 생기는 등 반드시 부작용이 따르게 돼 있다"고 우려했다.
'소급입법' 논란도 있다. 정부와 여당이 임대차 3법을 기존 계약에도 적용하겠다는 구상을 밝혀서다. 정부는 2018년 상가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할 때 상가 임차인의 권리금회수 보호 규정을 기존 계약에 소급 적용했던 전례를 비춰 이번에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엄 변호사는 "2018년과 비교해 이번에는 소급 적용되는 범위가 다르고 헌법이 정한 법률 불소급원칙을 연이어 지키지 않겠다는 것은 옳은 판단이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법조계는 임대차 3법이 시행될 시에 나타날 수 있는 '소송 홍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부동산 관련 업계에 따르면, 주택시장에서는 법 시행 전 임대차 계약내용을 조정하려는 임대인과 임차인 간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다. 서울시내 주택 전셋값도 오르는 속도가 빨라졌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