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주기자
구채은기자
[아시아경제 한진주 기자, 구채은 기자] 삼성전자와 네이버가 동남아 시장 공략을 위해 손을 잡았다. 동남아 지역에 출시하는 갤럭시 스마트폰에 네이버 웹툰 서비스를 탑재하는 방안이다. 글로벌 1위 스마트폰 제조사와 국내 1위 콘텐츠 기업의 사실상 첫 글로벌 협업이라는 점에서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네이버가 스마트폰에 웹툰 애플리케이션(앱)을 탑재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 중이다. 올 초 삼성전자가 네이버에 관련 내용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웹툰 콘텐츠를 마케팅 포인트로 활용할 수 있고 네이버 입장에서도 글로벌 이용자들과의 접점을 넓힐 수 있는 기회"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성능을 부각시키기 위해 넥슨이나 넷마블 등 국내 게임업체들과의 모바일 게임 콘텐츠 협업 사례는 있었지만 웹툰 협력은 이번이 처음이다. 플래그십 스마트폰이 주력인 국내와 달리 동남아 시장은 중저가 스마트폰 비중이 높아 게임보다는 웹툰이 적합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오포나 샤오미 등 중국 제조사들에 비해 브랜드 인지도가 앞선 삼성전자가 웹툰 콘텐츠를 활용해 마케팅을 차별화하려는 의도도 반영돼 있다.
글로벌 웹툰 1위 자리를 견고히 다지려는 네이버 입장에서도 솔깃한 제안이다. 네이버는 그동안 북미와 일본, 중국 등에서 웹툰 서비스를 확대해왔고 동남아와 유럽까지 개척하기 위해 투자해왔다. 네이버웹툰은 태국과 인도네시아에서 현재 각각 1680만명과 277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했다. '아시아의 디즈니'로 자리매김 하기 위해서는 동남아 지역에서 웹툰 플랫폼을 안착시켜야 한다. 특히 동남아는 네이버의 자회사인 라인이 모바일 메신저로 일찌감치 진출해 핀테크ㆍO2O 서비스로 확장하는 등 탄탄한 기반을 갖춘 지역이기도 하다.
동남아는 삼성전자와 네이버 모두에 중요한 지역이다. 동남아 시장은 여러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젊은 인구가 많아 역동적이다. 국내 전자기기 뿐 아니라 K-콘텐츠에 대한 선호도도 높다. 북미ㆍ유럽 지역과 비교해 제품ㆍ콘텐츠 진입장벽이 낮다. 게다가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웹툰 콘텐츠 인기가 높아지고 있어 시너지를 내기에 충분한 여건이 갖춰져있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1분기 동남아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18.9%로 1위다. 오포(18.7%), 샤오미(14.8%) 등 중국 제조사들이 가격을 앞세워 무섭게 추격하고 있다. 동남아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나날이 높아지면서 스마트폰을 재구입할 때 제품 사양이나 가격을 높여가고 있어 삼성전자에게 유리한 여건도 조성돼있다. 브랜드 이미지나 제품력을 넘어 삼성이 또다른 마케팅 포인트를 필요로 하는 이유다.
삼성전자와 네이버의 '초협력'은 정부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육성을 위해 추진하는 '플랫폼 단말 협업형 해외진출' 모델과도 일맥상통한다. 정부는 지난달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 발전안'을 발표하면서 '한국판 넷플릭스'를 키우기 위해, 왓챠플레이, 웨이브 등 토종OTT를 삼성전자 갤럭시 스마트폰에 추천(큐레이션)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글로벌 점유율 1위인 삼성전자 스마트폰을 발판 삼아 세계 곳곳의 스마트폰 이용자들이 왓챠플레이, 웨이브 등 토종 OTT를 접할 수 있도록 판로를 개척하겠다는 취지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