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수수료 끌어모은 월가 은행들…'상반기에만 68조원'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미 월가 대형 투자은행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사상 최대의 수수료 수익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사태로 경제적 타격을 받은 기업들이 자금 조달에 나서면서 은행은 오히려 '코로나 특수'를 누린 것이다.

29일(현지시간) 주요 외신과 글로벌 금융정보회사 레피니티브에 따르면 올 상반기 투자은행의 수수료 수익은 570억달러(27일 기준ㆍ약 68조4000억원)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앞서 월가 투자은행의 수수료 수익 최고치인 2018년의 549억달러보다도 많았다.

은행들의 수수료 수익이 최고치를 기록한 이유는 기업들의 자금 조달 수요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미국, 유럽에서 확산한 지난 3월 이후 자동차 메이커 포드, 크루즈선 운영사 카니발, 항공기 제조업체 보잉 등이 월가 은행을 통해 수백만 달러의 자금을 확보했다. 이들 기업이 올해 채권 발행, 대출 확대, 주식 매도 등을 통해 마련한 자금은 7조8000억달러를 웃돌았다.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적극적으로 회사채를 매입하는 등 자금 유동성 확보에 나선 것도 은행들이 수수료를 챙기는 데 기여했다. 인수합병(M&A) 절차 진행 등에 따른 수익 감소분을 상쇄하고도 남는 상황이라고 외신은 분석했다.

은행별로는 JP모건체이스, 골드만삭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시티그룹, 모건스탠리 등 주요 5개 대형 은행이 가장 혜택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상반기 수수료 수익은 183억달러로 최근 10년 내 두 번째로 높은 시장점유율을 나타냈다고 외신은 평가했다.

다만 투자은행들이 수수료 수익에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경기 침체 여파가 주요 고객인 가계와 기업에 미치면 대출 부실 규모가 커질 수 있어 대손충당금을 늘려야 하기 때문이다. 또 연방정부가 경기 부양책의 일환으로 차주(借主)의 채무 상환을 연기할 수 있도록 조치하면서 은행이 대출자에 대한 정보를 얻기가 까다로워진 데다 정확한 신용도 평가도 어려워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신용카드 한도나 개인 대출 규모가 줄고 있다면서 "은행들이 대출 기준을 강화하고 누가 위험한지 아닌지를 파악할 수 있는 새로운 정보를 찾고 있다"고 전했다.

은행주는 수수료 수익 증가에도 올 상반기를 거치면서 크게 떨어진 상태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미국 대형 은행들의 주가를 지수화한 KBW은행지수는 상반기 중 36% 이상 폭락했다. 다우존스지수가 같은 기간 10%가량 떨어진 점을 감안하면 은행주 회복은 더딘 상태다.

앞서 Fed는 지난 25일 미국 대형 은행을 상대로 스트레스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 최대 7000억달러의 손실을 볼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에 따라 7~9월 자사주 매입과 배당금 지급을 제한하기로 했다.

이날 JP모건과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BoA 등 대형 투자은행들은 배당금 지급을 현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웰스파고는 3분기 배당금 규모를 줄일 것이라면서 다음 달 14일까지 새 배당금 규모를 밝히겠다고 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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