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작업환경보고서는 영업비밀, 공개대상 아냐'…2심도 삼성 승소

법원 "작업환경보고서 공개하면 영업비밀 노출 우려"
업계서도 "작업환경보고서에는 기업이 수십년 쌓은 공정 노하우 담겨있어"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이기민 기자] 삼성전자가 ‘작업환경 측정 결과 보고서’를 공개하라고 결정한 고용노동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법원이 1심에 이어 2심도 ‘영업비밀이라서 공개의무가 없다’고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

수원고법 행정1부(이광만 부장판사)는 13일 삼성전자가 고용부 중부지방고용노동청 경기지청장 등을 상대로 낸 정보부분공개결정 취소소송에서 "삼성전자의 작업환경보고서는 공개할 필요가 있는 정보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원심과 같이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항소심 재판부는 작업환경보고서가 공정과 설비의 배치정보, 생산능력, 생산량 변경 추이, 공정 자동화 정도 등을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겨있어 공개되면 삼성의 정당한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원고가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소속 근로자에게 작업환경 측정결과를 공개하고 있는 점, 생명·신체 또는 건강에 직접적으로 관련되는 '유해인자', '측정치' 등은 모두 공개 대상이 된 점, 그간 원고 공장의 유해인자 노출수준이 법정 노출기준 미만이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도 고려했다"고 판시했다.

앞서 1심 재판부도 지난해 8월 항소심 재판부와 같은 판결을 내린 바 있다. 1심 재판부는 “반도체 공정에 관련된 매우 세부적인 정보인 부서와 공정명, 단위 작업장소에 대해서까지 일반 국민의 알 권리가 경쟁업체들에 대한 관계에서 보호받아야 할 영리법인인 원고의 이익보다 우선한다고 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번 소송은 삼성 계열사 공장에서 근무한 뒤 백혈병이나 림프암 등에 걸린 근로자와 유족이 산업재해를 입증하는 데 활용하고자 작업환경보고서를 요구하면서 지난해 초 시작됐다. 작업환경보고서는 사업주가 작업장 내 유해물질에 대한 노동자의 노출 정도를 측정하고 평가해 결과를 기재한 문서다. 사업주는 이를 6개월마다 지방고용노동관서에 제출한다.

고용부는 작업환경보고서를 공개하라는 결정을 내렸지만 삼성은 안에 담긴 '부서 및 공정명', '단위작업장소' 등 내용이 막대한 연구개발과 투자의 산물인 반도체 공정의 핵심이라서 중대한 경영상·영업상 비밀에 해당한다고 반발했다. 삼성은 이에 고용부의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취지로 행정심판을 청구하고, 집행정지 신청 및 소송을 제기했다. 산업통상자원부 반도체전문위원회도 2018년 4월 삼성전자 작업환경보고서에 공정 이름과 형태, 사용된 화학물질과 사용량 등이 기재돼있어 핵심 기술을 충분히 유추할 수 있다면서 공개되면 국가 핵심기술이 유출될 수 있다고 판단한 바 있다.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같은해 7월 삼성의 주장을 일부 인용했으며, 수원지법 또한 지난해 8월 본안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앞서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이 중앙행정심의위의 결정에 반발해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지만 올해 2월 이번 판결과 비슷한 취지로 원고 패소를 내린 바 있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산업재해를 주장하는 소속 근로자에게 작업환경 측정결과, 유해인자 여부와 수치 등을 제공하고 있다"면서 "작업환경 보고서에는 수십년 동안 쌓아온 공정 기술과 노하우가 경쟁사에 유출될 수 있어 기업 입장에서는 공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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