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로 본 세계] 일본은 왜 자체 스텔스기를 만들고자 할까?

트럼프 행정부 눈치봐도 포기 못하는 국산화
F-2 개발 당시 설움... 핵심기술만 뺏겼다는 비판

일본 방위성이 공개한 F-3 전투기의 개념 이미지 모습[이미지출처=일본 방위성 홈페이지/www.mod.go.jp]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일본 정부가 3년 넘게 고민하고 있던 자체 스텔스기 개발사업인 'F-3' 전투기 개발사업이 드디어 가닥이 잡히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나왔습니다. 영국 BAE시스템과 미국 록히드마틴사 사이에서 어디와 개발사업을 함께할지 고민하던 일본정부는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록히드마틴사 쪽으로 기울었다는 것인데요. 일본정부가 과거 F-2 전투기 때처럼 자체 핵심기술만 뺏기고 실익없이 미국에 또 이용만 당하는것 아니냐는 비판이 벌써부터 일본 내부에서 일고 있습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의 6일 보도에 의하면 일본정부는 미국과의 방위협력을 고려, 합동 방어훈련의 수와 내용이 확대됨에 따라 F-3 전투기 개발사업을 미국 기업과 함께 할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일본 측은 영국 BAE시스템과 미국 록히드마틴사를 파트너로 놓고 고민하고 있었는데요. 대부분 개발비용을 일본이 대는 대신, 이번엔 F-2 개발 때처럼 미국 측에 핵심기술을 뺏기지 않을 심산이라고 합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일본의 F-3 개발사업과 관련, 영국 BAE시스템과 협력하지 말 것을 종용한 바 있습니다. 지난해 말부터 이 문제를 주일미군 방위비협상과 연계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죠. 사실 일본은 미국으로부터 F-35 전투기를 대량으로 수입한 터라 스텔스 전력이 커진 상황이지만, 그럼에도 국산화의 꿈을 접지 않고 있습니다. 록히드마틴사는 F-22와 F-35의 기술을 활용해 함재기로 활용가능한 스텔스 전력개발에 힘을 보태겠다고 하고 있지만, 일본정부는 이보다 더 높은 수준의 기술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죠. 양측의 신경전은 아마 지금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입니다.

F-2 전투기의 모습[이미지출처=일본 방위성 홈페이지/www.mod.go.jp]

늘 미국의 보조를 잘 맞춰 미국의 푸들이란 멸칭까지 붙었던 일본 정부가 스텔스기 국산화에 이렇게 적극적인 이유는 1980년대 말 미국 부시행정부 때 F-2 개발사업 당시 미국으로부터 핵심기술만 뺏기고 국산화에 실패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한 과거가 있기 때문인데요. F-2 전투기는 현재 F-3 전투기 이전의 자체 전투기 개발 사업으로 추진됐던 사업입니다.

F-2 개발사업은 일본 내에서는 2차대전 당시 세계를 놀래켰던 제로센 전투기의 부활 등으로 대대적으로 소개되며 일본 정부도 상당히 공을 들였었던 사업이었습니다. 하지만 실상 실익이 없었다는 비판을 받았었죠. 독자개발을 통한 기술축적도 실패했고, 미국으로부터 핵심 기술이전을 받는 것도 실패하면서 대내외적인 비난에 시달렸었습니다.

1988년 시작됐던 F-2 개발사업은 일본 자위대 내부에서도 순수 국산화 주장과 미국과의 공동개발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했습니다. 예산 및 기술한계로 결국 미국의 F-16 전투기를 모태로 한 공동개발이 추진됐으며, 일본정부가 전체 개발예산의 약 60% 이상을 담당하게 됐죠. 하지만 미국정부가 비행제어기술(FBW) 등 필수기술을 끝까지 넘겨주지 않으면서 결과적으로 국산화를 통한 자체 기술개발에 실패하고 역으로 미국에 일본의 일부 군사기술이 유출됐다는 비난을 받은 바 있습니다.

일본에 실전배치된 F-35A 전투기의 모습[이미지출처=일본 방위성 홈페이지/www.mod.go.jp]

전략무기의 국산화는 실행된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은 일이지만, 기술개발이 끊임없이 진행 중인 현대에서는 모든 나라들이 쉽사리 결정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개발비용은 엄청난데다 개발 기간도 상당히 길기 때문에 이미 F-22와 F-35를 많은 나라들이 구매하고 전력화 한 이후에 국산화에 성공하면 크게 늦은 셈이 됩니다. 그러는 사이에 흔히 5세대 전투기로 불리는 유인 스텔스기는 전장에서 점차 물러난 상황이 될 것이고, 그 다음 6세대 전투기들로 세대교체가 이뤄질 수도 있기 때문이죠.

앞으로 일본 정부가 단순히 미국의 복제품을 내놓을지, 아니면 완전 새로운 전투기를 만들어낼지, 정말 어떤 국산 전투기를 내놓느냐에 따라 동북아시아 전체의 군비경쟁 구도도 큰 변화가 생길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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