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팔면 사형인 나라에서…대마커피는 합법?

마리화나 재배 통제불능상태

인니 아체주서 합법화 법안 발의

커피 해외수출법안도 함께 마련

[아시아경제 자카르타 최수진 객원기자] 인도네시아 마리화나 커피가 합법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수마트라 섬 반다아체 지방에서 생산되는 마리화나를 합법화해 마리화나 성분이 포함된 커피를 수출품목으로 허가하자는 법안이 인도네시아 아체주에서 발의된 것이다. 마리화나 커피는 마약으로 구분되고 있는 대마초를 아체 커피콩과 3대 7의 비율로 함께 볶아낸 것이다. 아체 마리화나 커피는 마약 성분 때문에 해외 판매가 엄격히 제한된데다, 가격도 ㎏당 약 75달러에 달할 정도로 비싸다.

10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현지언론에 따르면 아체주는 마리화나 합법화를 주장하면서 이 커피의 해외 수출 법안도 함께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체주 마리화나 합법화는 무슬림 정당인 PKS 국민번영당 국회의원들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다. 반다 아체는 이슬람국가인 인도네시아에서 유일하게 율법인 샤리아법이 적용되는 지방으로, 알코올 섭취와 남녀의 가벼운 신체적인 접촉에도 공개 채찍질의 엄벌이 내려진다. 마리화나 같은 마약류는 더욱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마약 거래에 대해서는 가장 높은 수위인 사형으로 처벌하는 몇 안되는 국가 중 하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지역이 마리화나 합법화를 추진하게 된 데에는 아체지역의 마리화나 재배가 통제 불가능한 수준으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통제 자체가 비현실적이라는 게 지방정부의 인식으로 전해졌다.

인도네시아에서는 1970년 마리화나 재배가 법으로 금지됐으며 주요 무슬림단체는 마약거래를 사형으로 처벌하는데 합의한 바 있다. 인도네시아 경찰은 마리화나 재배농가를 적발해 지난해에만 약 100t을 압수했다.

하지만 이런 처벌은 이 지역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아체 주민들이 경작하고 있는 마리화나 재배지는 이미 싱가포르 국토면적의 약 7배가 넘는다. 심지어 화분이나 뒷마당에 마리화나를 심고, 판매하는 게 관행처럼 굳어졌다. 모든 농장을 불태워도 다시 어딘가에서 마리화나는 자라고 있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아체 주가 현실을 직시하고 오랫동안 음지에서 언급돼온 마리화나 합법화를 공개적으로 제안한 배경이다. 마리화나가 합법화되면 커피 뿐 아니라 쌀가루, 팜설탕, 코코넛 밀크를 섞은 사탕 등에도 쓰일 수 있다는 점은 고민이다. 이 지역에서 마리화나 커피를 생산하고 있는 한 농부는 " 어떻게 아체 지역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것을 금지할 수 있냐"고 말했다.

마리화나 재배를 기호식품 혹은 약용으로 합법화한 나라는 캐나다를 비롯해 남아프리카, 우루과이 등이며, 미국에서는 워싱턴 DC, 캘리포니아, 매사추세스, 일리노이, 콜로라도 등 11개 주 등이 마리화나를 합법화한 상태다.

자카르타 최수진 객원기자 nyonyachoi@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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