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혜기자
[아시아경제 최신혜 기자] 전국 8여곳에서 '나가사키 카스테라'라는 상호명으로 음식점을 운영하던 박성진 키세키컴퍼니 대표는 지난해 12월 중순경 홍대, 서울역 등 4곳 매장 상호명을 '서울 카스테라'로 변경했다. 일본 브랜드도 아니고 일본과 아무 상관도 없지만 상호 때문에 일본산 불매운동의 대상이 됐기 때문이다. 불매운동이 한창일 때는 월 매출이 80~90% 가량 줄어든 적도 있었다. 박 대표는 "국내에서 직접 제품을 제조해 판매하고 있지만 나가사키라는 이름 자체에 거부감을 느끼는 소비자들이 다수였다"며 "서울 카스테라 론칭 후 소비자들의 반응이 한결 긍정적으로 변화했다"고 밝혔다.
6일 일본 무역보복으로 인한 불매 운동 열기가 올해도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식당들이 간판에서 일본색 지우기에 나섰다. 일본과 실질적 관련이 없음에도 뜸해진 소비자 발길로 인해 상당한 매출 피해를 입고 있기 때문이다. 나가사키 카스테라 외에도 광화문 소재 한우 오마카세 전문점 도쿄등심, 여의도 커피전문점 오카시야 등이 최근 이같은 이유로 상호명을 변경했다.
외식기업 오픈은 지난해 10월 '도쿄등심 광화문점'을 '모도우 광화문'으로 리뉴얼 오픈했다. 모도우는 지난해 8월 브랜드 네이밍 공모전을 통해 결정된 이름으로 '빈틈없이 야무진 사람'의 순우리말인 '모도리'와 '소 우(牛)'의 합성어로 '한우로 빈틈없이 차려낸 한 상'을 뜻한다. 오픈 관계자는 "론칭 초기 콘셉트는 퓨전 일식으로 '도쿄등심'이라는 상호명을 붙였지만, 현재 프랑스, 이탈리아, 동남아시아 요리 등 다양한 글로벌 메뉴들이 추가됐다"며 "더 이상 일식에만 국한되지 않는다고 판단돼 브랜드명 변경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여의도 소재 커피전문점 '오카시야'는 지난해 9월 '하얀과자점'으로 상호명을 변경했다. 오카시야는 일본어로 '과자가게'라는 뜻이다. 오카시야 사장 김도연 씨는 당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시국이 시국인지라 오카시야라는 상호명은 내려놓으려고 한다"며 "어쩔 수 없이 내려놓는다기보다는 정말 복잡미묘한 감정이긴 한데 그래도 전 대한민국 국민"이라며 상호명 변경의 배경을 설명했다.
실제 일본 불매운동으로 인한 국내 외식업계의 매출 타격은 상당하다. 농촌경제연구원이 3337개 가구 617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9 식품소비행태조사 결과발표대회: 가구 내 식품소비 및 식생활 행태 분석' 분석에 따르면 '일본 기업이며 한국에 진출한 일본 식당에서의 식사 구입을 줄였다'고 응답한 소비자 비중은 33%에 달했다. '일본 음식을 파는 식당 자체에 대한 방문을 줄였다'는 응답자도 29.6%였으며 '잘 모르겠지만 일본 이름이 들어간 식당에서 구입을 줄였다'는 응답자 역시 28.2%나 됐다. 줄인 소비량은 77.01%에 육박했다.
국내 외식업계의 일본색 지우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수출 규제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불매운동에 참여하겠다는 응답자 비중은 과반수에 가까운 49.2%에 달했다. 수출 규제 문제 해결 이후까지 불매를 지속하겠다는 응답자도 26.6%로 높았다. 불매운동 지속기간으로는 1~3년이라고 예상한 응답이 34.4%, 3년 이상이 25.9%였다.
최신혜 기자 ssi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