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모의선거' 안된다니 … 선거교육, 시작부터 삐걱

선관위, "외부 아닌 관 주도는 검토 필요"
총선 3개월 앞두고 학교현장 혼란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고등학교 3학년에 해당하는 만 18세에게 선거권을 부여하는 방안이 확정되면서 교육현장에서도 선거교육이 본격 시작됐다. 그러나 명확한 지침이 없고 관계기관마다 위법 여부에 대한 해석 차이가 있어 시작부터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

20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선거법 개정 이후 교육청이 추진하던 '모의선거 프로젝트 학습'에 대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며 제동을 걸었다. 선관위 측은 "이제까지 학교에서 진행됐던 모의선거는 사단법인 주체여서 가능하다고 봤지만, 교육청 차원에서 추진하는 모의선거에 대해선 추가적으로 논의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앞서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국YMCA와 사단법인 징검다리교육공동체는 서울ㆍ경기ㆍ충북ㆍ광주 등의 중ㆍ고등학교 17곳에서 모의선거를 진행했다. 당시엔 교육청과는 별개로 일선 교사들이 교육 차원에서 실시한 것이다. 해당 지역에 실제 입후보한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모의선거를 진행하는 방식이었다. 교육에 앞서 YMCA 등은 선관위에 위법 여부를 문의했고, 당시 선관위는 모의선거 결과를 실제 선거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공개하지 않는 조건으로 '가능하다'고 답변했었다. 모의선거를 일종의 여론조사로 본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이 사례를 참고해, 전국 17개 시ㆍ도교육청 가운데 최초로 초ㆍ중ㆍ고 40곳을 선정해 각 학교에서 모의선거를 진행하는 선거교육을 할 예정이었다. 방식과 내용은 예전과 동일하다. 하지만 선관위가 이번엔 다른 의견이 내놓자 교육청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이미 지난해 12월부터 프로젝트를 가동해 학교 선정은 물론 예산 배정까지 마친 상황이기 때문이다.

서울교육청 민주시민생활교육과 관계자는 "모의선거 프로젝트는 YMCA와 징검다리교육공동체에 위탁하기 때문에 예전처럼 '외부단체'가 진행하는 형태"라며 "이전에 이루어진 모의선거와 내용이 다르지 않은 데도 선관위의 불허가 확정된다면 정책 집행은 무산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교육현장에서는 정부가 선거교육 정책을 추진하면서 주무 부처인 선관위와 충분한 소통을 거치지 않고 졸속으로 진행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총선까지 불과 석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선거교육의 핵심으로 추진해오던 모의선거까지 취소될 경우 사실상 올해 선거교육은 물 건너 가게 된다는 우려도 있다.

김진곤 시흥YMCA 사무총장은 "청소년들을 위한 다양한 선거교육이 필요한 시점에 선관위가 정치권의 눈치를 보는 듯 하다"고 지적했다. 김 사무총장은 "모의선거는 학생들이 자유롭게 토론하고 선거에 직접 참여해 보는 과정에서 스스로 민주시민으로서의 의식을 갖고 참정권의 중요성을 배우고 익히게 하려는 데 목적이 있다"며 "일각에서와 같이 청소년과 기성세대의 지지정당 차이를 확인하는 이념적 편가르기로 몰아가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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