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美와 핵협상 실패 인정…장기전 돌입할 것'

이상수 스웨덴 안보개발정책연 코리아센터장 인터뷰

단기간내 북미대화 회의적

협상 판 아예 깨지는 않을 것

트럼프 탄핵정국이 변수

문재인 정부 초 경협기대감 역효과

이상수 스웨덴 안보개발정책연구소(ISDP) 코리아센터장

[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북한은 2년여간 진행된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이 실패했다는 것을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협상의 판을 아예 깨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는 미국의 탄핵 정국과 대선 상황을 지켜보며 장기전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웨덴 대표 싱크탱크인 안보개발정책연구소(ISDP)의 이상수 코리아센터장은 17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단기간 내 북ㆍ미 비핵화 협상이 재개될 가능성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양측의 교착 상태가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이 북한을 향해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라는 손짓을 하고 있지만 북한의 속내는 상당 부분 돌아섰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지렛대로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유도하겠다고 밝혔는데, 그의 발언대로라면 사실상 성사될 가능성은 크지 않은 셈이다.

이 센터장이 몸담고 있는 ISDP 코리아센터는 북유럽 유일의 한반도 문제 전문 연구소다. 특히 스웨덴은 평양에 대사관을 두고 있는 몇 안 되는 유럽 국가이며, 평양 주재 스웨덴 대사관은 미국의 공식 대북 협상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스웨덴은 북한의 속내를 누구보다 잘 아는 나라로 평가된다.

이 센터장은 "최근 북한이 노동당 전원회의를 통해 '새로운 길'을 언급했는데 이는 비핵화 협상의 실패를 인정하고 전략을 수정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북한이 줄곧 요구해온 ▲한미군사훈련 중단 ▲제재 해제 ▲비핵화와 보상의 동시적 이행 등을 얻어내지 못할 것이란 결론을 내렸다는 얘기다.

그는 다만 북한이 협상을 아예 깨진 못할 것으로 봤다. 북한의 우방인 중국과 러시아도 이를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가 크다. 대신 국지 도발을 하며 줄다리기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험 대신 새로운 재래식 전략무기 시험을 통해 미국에 압력을 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센터장은 미국 국내 정치가 향후 비핵화 협상의 중요한 열쇠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 정국을 무사히 넘긴다면 일부 제재 완화는 물론 북한 정권에 대한 안전 보장 의제를 논의할 능력을 갖게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그러면서 북한을 향해 "아직 트럼프 대통령을 협상 상대로 여긴다면, 최소한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 정국을 빠져나올 때까지 ICBM 발사와 같은 도발은 자제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북한의 통미봉남 기조에 대해서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실망감이 크다는 점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이 정권 초기 북핵 이슈에 속도를 내면서 남북 경협 등에 대해 지나치게 기대감을 준 것이 오히려 역효과를 냈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로선 한국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제한돼 있다"며 "다시 한 번 비핵화 협상의 기회가 올 때까지 한국은 미국, 일본과 동맹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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