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물 보험사' 옥석 가리기 시작됐다

금융지주사 M&A 시장에 쏠린 눈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제2의 오렌지라이프를 찾아라.'

업황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보험사들이 연이어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오면서 '옥석가리기'가 예상된다. 은행 중심의 사업구조를 탈피하고자 하는 금융지주들에게 보험사 인수가 매력적인 선택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신한금융그룹이 오렌지라이프 인수로 비은행 사업 강화하면서 '리딩뱅크'를 탈환한 선례 때문이다. 다만 2022년 보험업계에 도입될 예정인 새 국제회계제도(IFRS17) 이후 더 많은 매물이 나올 수 있다며 신중한 목소리도 나온다.

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는 최근 더케이손해보험 지분 인수를 위한 입찰에 단독 참여하면서 적극적인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교직원공제회는 앞서 지분 매각을 위해 매각주관사로 삼정KPMG를 선정, 더케이손보의 매각을 진행해왔다. 2003년 설립된 더케이손보는 8월 기준 자산규모가 8888억원에 불과해 업계 순위로는 바닥권이다. 지난 3분기에는 111억원의 누적 당기순손실을 기록,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더케이손보는 주요 가입자 상당수가 교직원이라는 점과 종합손보사 면허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매력으로 꼽힌다.

하나금융은 비은행 사업 강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그룹 순이익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3분기 누적 기준 하나금융은 87.8%로 신한금융그룹(64.3%)이나 KB금융그룹(72.2%) 보다 월등히 높다. 비은행 사업 확장을 위해 올초 롯데카드 인수에 나섰다가 고배를 마시기도 했다.

그룹 내 보험사인 하나생명도 자산 규모는 18위에 머물고 있어 보험사업 강화를 위해서는 손보사 인수가 필요하다. 더케이손보 영업망을 기반으로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KB금융지주는 생명보험사 인수에 적극적이다. 상반기 미래에셋생명 인수를 위한 물밑협상이 불발되자, 최근 매물로 나온 푸르덴셜생명 인수 의사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KB손보에 비해 뒤쳐진 생보 사업 강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미국 푸르덴셜파이낸셜은 최근 골드만삭스를 주관사로 선정하고 푸르덴셜생명 매각 작업에 착수했다. 푸르덴셜생명은 상반기 순이익 1000억원 넘었으며 지급여력(RBC)비율도 505.13%로 업계 1위의 탄탄한 재무건전성을 갖추고 있다. 방카슈랑스 중심의 KB생명과 설계사 중심의 푸르덴셜생명이 다양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매각 작업이 진행중인 KDB생명이나 중국 안방보험 사태 이후 잠재적 매물로 꼽히는 동양생명과 ABL생명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다만 상대적으로 매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도 나온다. 당장 KDB생명의 연내 매각이 어려울 수 있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IFRS17이 적용되면 자본 확충에 부담을 느껴 여러 보험사들이 매물로 쏟아질 수 있다"면서 "경쟁력이 있는 매물을 가리기 위한 움직임이 계속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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