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혐오악플 차단·삭제...설리法 금주 중 발의

박선숙 의원실, 금주중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발의
혐오, 차별적 악플 플랫폼 사업자가 사전차단 골자
악플러보다 트래픽 가져가는 사업자 책임 부여
해외CP 적용, '혐오' '차별' 정의 어떻게 내릴지 관건
위헌 판결 받은 '인터넷준실명제'보다 강력한 조치라는 평가

[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혐오성 악성댓글을 플랫폼 사업자가 자동삭제하거나 해당 IP를 차단 조치하는 이른바 '설리법(악플방지법)'이 금주 중 발의된다. 가수 겸 배우 고(故) 설리(본명 최진리·향년 25세)의 사망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혐오성 악플(악성 댓글)의 폐해를 막기 위한 입법조치다.

23일 박선숙 바른미래당 의원(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소속)은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발의를 계획하고 있다. 법안의 뼈대는 차별적, 혐오적 표현의 게시물이나 댓글 등을 플랫폼 사업자가 사전에 인지해 삭제하고, 게시자의 IP 접근을 차단하거나 이용을 중지토록 한 것이다. '설리 사태' 직후 처음으로 발의될 방지대책으로 이 법안 발의를 계기로 후속 입법이 줄을 이을 것으로 보인다. 자유한국당에서 추진중인 인터넷준실명제가 한 차례 위헌판결을 받은 점을 감안하면, 실효성이 더 높다는 평가도 나온다.

플랫폼 사업자 책임 강화

실제 고인이 된 설리는 지금도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혐오성, 모욕성 악플을 받고 있다. 부검 보도 직후에는 "설리 부검하는 의사들은 계탔네", "부검관 싱글벙글 개꿀", "갑자기 시체마렵네 부검하면서 XXX하겠지"와 같은 게시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활동 중에는 "삼류 쓰레기 같은 X, 일부러 벗네", "마약 하면 동공이 커지는데 설리도 그렇다", "로리(소아성애자) 장인 노브라 노림수 토나온다" 등 여성혐오적, 모욕성 악성댓글에 시달려왔다.

박선숙 의원의 법안이 통과되면 이같은 혐오적 차별적 게시물은 관리자에 의해 네티즌이 보기 전에 사전 차단된다. 지금도 다음이나 네이버 등 인터넷 포털들은 댓글이나 게시물이 선정적이거나 혐오표현을 담고 있을 경우 네티즌들이 '신고'할 수 있도록 관리하고 있는데, 이를 사업자가 사전에 할 수 있도록 강화 한 것이다. 네티즌의 신고기능은 혐오성 댓글이 노출된 뒤에 이뤄지기 때문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감안했다.

◆ 인터넷준실명제는 위헌소지

특히 이 법안은 플랫폼 사업자에게 악플 관리의 책임을 부여한 점에서, 자유한국당(박대출 의원)에서 추진 중인 인터넷준실명제(아이디·IP공개)와 차별화된다. 악플 문제의 초점을 악플러 개인이 아닌, 악플을 통한 트래픽 수익을 가져가는 플랫폼 사업자에게 맞춘 것이다. 박선숙 의원은 "악플 국면에서 네이버 등 포털과 커뮤니티 운영사, 인터넷 매체 등은 해당 이슈로 가장 큰 수익을 차지하지만 이들의 부당이득에 대해서는 누구도 책임을 묻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인터넷 준실명제'보다 플랫폼 사업자의 책임을 강화한 이 법안의 실효성이 더 높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인터넷 실명제나 준실명제 모두 2012년 헌법재판소에서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를 위축한다는 이유로 위헌 판결을 받은 바 있다. 준실명제법이 통과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과방위 안팎의 기류다.

◆ 인스타그램 등 해외사이트 적용 관건

문제는 '혐오'나 '차별'적 악성댓글을 어떤 준거로 판단할 것이냐의 쟁점과 네이버, 다음 같은 국내 CP외에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유튜브, 구글 같은 해외CP의 적용 여부다. 국내에선 차별금지법 제정이 안돼 '혐오'나 '차별'에 대한 법적 정의가 미비한 상황이다. 영국, 독일, 프랑스 등에선 혐오나 차별을 처벌하기 위한 광범위한 법적 정의와 규정이 있지만 국내에서는 명예훼손죄나 모욕죄 외에 이를 다스릴 법안이 미비하기 때문이다. 실제 영국은 형법으로 인종적 증오를, 독일도 형법으로 공공의 평온을 어지럽히는 방식 등과 관련해 3개월 이상 5년 이하의 자유형에 처하고 있다. 프랑스는 차별 등의 선동과 명예훼손, 모욕과 관련한 인종, 성적 지향 등의 이유로 처벌을 내릴 수 있다.

설리가 가장 많은 악플 세례를 받았던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해외사업자의 해당 법안 적용 여부도 관건이다. 자칫 잘못하면 국내 인터넷업체들만 규제를 받아 악플이 해외CP에 쏠리게 될 수 있어서다. 박선숙 의원실 관계자는 "해외 CP들도 준거법을 한국 관할로 옮기는 추세기 때문에 혐오 차별 게시글 규제 문제도 한국법을 따르는 방향으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인터넷상에 만연한 혐오, 차별 표현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윤성옥 경기대 미디어 영상학과 교수는 "혐오표현이라는 것은 인종, 성별, 국가 등 여러가지 속성에 기반한 차별과 배제의 표현인데 우리 사회에서는 혐오표현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담론 자체가 부족했다"고 지적하면서 "플랫폼 사업자인 인터넷업체들이 혐오성 표현에 대한 정책을 어떻게 수립할 것인지를 포함해 해결방안에 대한 활발한 논의와 토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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