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여담] 진실과 거짓

[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사실'은 실제 있던 일이나 현재 있는 일을 뜻하고, 진실은 '거짓이 없는 사실'을 의미한다. 진실은 사건과 그 사실을 둘러싼 일련의 논리적 흐름, 즉 인과관계를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 아닐까 싶다. 이에 독일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는 진실에 대해 이렇게 썼다. "진실은 많은 말이 필요 없지만, 거짓은 말이 아무리 많아도 부족하다."

'참'으로 확정되지 않은 사실을 두고 여러 진실이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분명 고위 공직자 인사 검증으로 시작했는데 정신이 산란해질 정도로 뒤죽박죽이 됐다.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재산의 흐름과 자녀 입시 관련 의혹에 이어 야당 대표 자녀의 출생과 입시 특혜 의혹이 불거졌다. 여기에 검찰도 더했다.

대중의 피로는 누적됐다. 갈등을 키우는 정치권의 미증유 행보는 피로를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국회에선 남녀를 불문한 야당 인사 15명이 법무부 장관 자진 사퇴를 요구하며 삭발을 했다. 삭발한 야당 대표는 직후 자신을 영화 '왕과 나(The King and I)'의 배우 '율 브리너'와 비교하는 발언을 해 비판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다음에 삭발할 의원이 누가 될지가 야당 내 최대 관심사라고 한다. 두 달 가까이 방어에 나선 여당의 행보도 옹색하기는 마찬가지.

개혁의 대상이 된 검찰은 개혁의 키를 쥔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수사에 역대급 인력을 투입했다. 여기저기서 파견을 받았다는데 삼성의 수조 원대 분식회계 의혹 사건, 사법농단 사건 등 대형 사건 때보다 큰 규모라고 한다. 수사가 7주째에 접어든 가운데 피의사실로 추정되는 정보가 끊임없이 새어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이를 무소불위 검찰 조직의 '검란(檢亂)' 또는 검찰 쿠데타라며 맞서고, 검찰 내부에선 "신임 법무부 장관의 검찰 개혁은 유승준에게 군대 가라는 것과 같다"는 조롱과 "사냥처럼 시작된 수사, 검찰의 제 조직 감싸기는 여전하다"는 목소리가 대립하고 있다.

사실을 기초로 진실을 찾는 과정에 진영과 조직의 욕망이 뒤섞이기 시작했다. 사실이 의혹의 경계를 넘어 신상필벌을 위한 '진실'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일반의 경험에 부합하고 불특정 다수의 공감을 거쳐야 하지만 현재의 모습은 그것과는 거리가 먼 기괴함에 가깝다. 변칙이 난무한 싸움에 참전한 그들은 모두, 애초부터 진실 따위엔 관심이 없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든다. 다들 유난히 말이 많은 것을 보니.

조국 법무부 장관 부인 정경심 교수의 소환이 임박한 2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 검찰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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