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스마트 공항의 역설

지난 2월 지인들과 해외여행을 가기 위해 인천공항 제2터미널(T2)을 이용했다. 겨울 성수기라 공항 안은 무척 혼잡했다. 국적 항공사를 이용했기에 서편 체크인 카운터에 모였는데 일반석(이코노미) 여객은 동편 카운터에서 수속을 하라고 했다. 수하물을 들고서 대합실을 가로 질러 가야 하는 상황이라 동선상 문제가 있어 보였고 일반석이라 홀대하는가 싶기도 했다. 체크인 카운터에 도착해 대기열에 줄을 서려는데 입구의 안내직원이 종이 티켓을 출력해 가져오지 않았으면 다시 건너편 카운터에서 수속을 해야 한단다. 하는 수 없이 줄을 서긴 했으나 제대로 줄을 선 건지 불안하기만 했다. 차례를 기다리다 주변에 셀프 체크인 기기가 있어 이용하려 하는데 안내하는 학생이 우리 일행의 수하물을 보더니 규격이 초과돼 처리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원래의 대기열로 돌아와 유인 카운터에서 체크인을 마쳤다. 한 친구가 공항에 평생 근무하고도 이렇게 헤매는데 보통 사람은 오죽하겠느냐고 혀를 차 미안하기도 하고 낯부끄럽기도 했다.

며칠 전 인천공항을 찾을 일이 있어 지난번 경험했던 체크인 절차가 개선됐는지 확인했는데 지난 2월과 같았다. 이번 여름 성수기 기간 중 셀프체크인 이용률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국제선 승객의 62%가 이용했고 특히 모바일 셀프 체크인 이용 증가율이 빠르다는 내용을 언론을 통해 접했다. 다수의 여행객들이 편리하게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지만 여전히 개선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에 필자가 경험했던 인천공항에서의 탑승수속 절차에 대해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인천공항은 세계 최고의 서비스 제공으로 이용객들의 기대가 높아 사소한 실수에도 불만이 커질 수 있다. 이를 생각해 수요자 중심의 빈틈없는 서비스를 준비하고 실행해야 한다. 여기에 착오가 생기게 되면 많은 서비스 개선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용객들은 오히려 불편을 느끼는, 이른바 '서비스 패러독스'가 발생한다.

탑승 수속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처리하고자 설치한 셀프 체크인 기기와 유인 수속 절차가 혼재한 상황에서 각각의 이용조건, 장소 등이 상이하고 세분화돼 사전에 이용 절차를 숙지하지 못하면 혼선이 생기기 쉽다. 서비스 자동화와 표준화에 따른 문제와 탑승수속 절차 외에도 다른 서비스 절차(보안검색ㆍ출입국심사)와의 부조화로 인한 혼잡과 불편이 발생하고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선 첫째, 이용객 관점에서 원스톱 서비스가 가능한 서비스 절차의 통합이 필요하다. 둘째, 수속절차에 대한 사전 안내를 강화하고 지속적 홍보를 통해 서비스의 선택과 이용에 착오가 없도록 해야 한다. 유럽 등 세계 유수 공항들의 사례를 보면 IT를 활용한 셀프 체크인 및 수하물 처리기기를 일정 지역에 집중 설치하고 숙련된 안내직원을 배치해 서비스 자동화에 따른 문제를 최소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생체인식 기술을 기반으로 전체 서비스 프로세스를 통합하고 있다.

셋째, 이용객들과 더욱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한다. 서비스의 계획과 실행에 있어서 이용객의 실질적 참여와 소통을 통해 착오를 줄이고 만족도를 높이는 한편 항공사 등 내부의 서비스 제공자 간 수평적 협력도 더욱 활성화돼야 한다. 지금 공항서비스는 빠르게 통합으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스마트공항은 단순히 스마트 기기나 시스템의 도입으로 구현되는 것이 아니라 이용객들과 소통하는 문화를 기반으로 완성돼야 한다. 앞으로 우리나라의 자랑인 인천국제공항이 소통과 협력의 문화를 기반으로 세계 최고의 스마트공항으로 재도약하기를 기대한다.

윤한영 한서대 항공융합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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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편집부 이근형 기자 ghlee@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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