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저도시 건설-②호텔·군기지에서 '진짜도시'로?[과학을읽다]

수심 5m에 위치한 세계 최초의 수중 레스토랑 몰디브의 '이싸 언더씨 레스토랑'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인류가 우주개발에 나서는 최종 목표는 인류의 거주지 확보를 위해서입니다. 해저기지나 해저도시를 건설려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원 고갈과 식량 부족, 환경 오염 등의 문제에 대처하고, 미래 지구의 대재난 등에 대비한 피난처 확보 등을 위해 우주와 바다를 개발하고 있는 것입니다.

'해저도시 건설-①우주정거장도 있는데 해저도시는 없어?' 편에서 해저기지는 해상이나 육지와 연결되는 방법, 에너지를 공급받는 방법에 따라 네 가지 형태로 구분됨을 살펴봤습니다.

기지가 육지나 수면과 연결돼 있고 육상에서 에너지를 공급받는 형태, 수면이나 육지와 떨어져 있지만 에너지는 육상에서 공급받는 형태, 육지나 수면과 연결되지만 에너지는 자립하는 형태, 육지나 수면과 떨어져 있고 에너지도 자급하는 형태 등 네 가지입니다.

관광이나 레저를 위한 해저기지는 일반적인 수중 전망시설이나 해양관광 시설 등이 해당됩니다. 기지가 육지나 수면과 연결돼 있고 육상에서 에너지를 공급받는 첫 번째 형태로 현재의 기술로도 충분히 건설할 수 있습니다. 설계 중 재정적인 문제로 2004년 취소된 두바이의 '하이드로폴리스 언더워터 호텔앤리조트'가 대표적입니다.

현재 운영 중인 해저기지로는 수심 5m에 위치한 세계 최초의 수중 레스토랑인 몰디브의 '이싸 언더씨 레스토랑(Restaurant Ithaa)'이나 우리나라 울릉도의 해중전망대, 괌의 '피쉬 아이 마린 파크(Fish Eye Marine Park)' 등도 이런 형태의 해저기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해저도시 '오션 스파이럴' 내부 모습 상상도.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수면이나 육지와 떨어져 있지만 에너지는 육상에서 공급받는 두 번째 형태의 해저기지는 피지 섬에 설계된 포세이돈 해저리조트가 대표적 형태입니다. 2008년 개장 목표였지만 2020년으로 개장이 연기된 곳입니다. 24개의 객실과 레스토랑, 헬스클럽, 도서관 등을 건설할 계획인데 무려 19년이나 걸리는 셈입니다.

육지나 수면과 연결되지만 에너지는 자립하는 형태의 해저기지는 2014년 일본의 시미즈 건설이 발표한 '오션 스파이럴(Ocean Spiral)'을 들 수 있습니다. 사람이 거주하기 위한 본격적인 형태의 해저도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름 500m의 구 모양 구조물 아래 15㎞의 나선형 통로를 바닷속 3000~4000m 깊이까지 연결해 만든 해저도시로 5000명의 인구가 거주할 예정인데 호텔과 1150가구의 주거시설, 연구시설 등이 갖춰지고, 자체적으로 에너지와 식량을 생산해 외부에 전력이나 식량을 지원하는 것이 이 해저도시의 목표입니다.

?그야말로 미래의 식량 부족 등을 대비한 시설인데 해수온도차 발전으로 전기를 생산하고, 심층수를 이용한 양식어업, 해양의 광물자원 채굴 등을 통해 자급자족한다는 계획입니다. 강철보다 20배 강한 탄소 나노튜브로 구조물을 건설하고, 2030년까지 5년간 3조엔(약 34조원)의 공사비를 투입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육지나 수면과 떨어져 있고 에너지도 자급하는 형태로는 미국의 '아쿠아리우스(Aquarius)'가 대표적인데 규모가 그리 크지는 않습니다. 대규모 해저기지로는 중국의 '용궁' 프로젝트가 대표적입니다. 중국은 2013년 이 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 남중국해 해저에 ‘해저 만리장성’ 구축해 에너지 자원 탐사, 해양연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미국 등은 해저기지에 무인 잠수함 함대 등을 배치해 미군 잠수함의 접근 차단 등이 주목적이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이와 함께 11억 위안(약 1888억원)을 들여 수심 6000∼1만1000m의 초심해에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해저기지를 건설하려는 계획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오션 스파이럴' 외부 전경.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우리나라도 해저도시 건설 계획을 수립한 바 있습니다. 2013년 '2040 국토해양 미래기술 예측조사' 등을 통해 해저도시 건설을 국가 차원의 장기 계획에 반영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예측조사에서 수심 50m에 한 달 정도 체류할 수 있는 1단계 해저기지는 10년 뒤, 수심 250m 이상에서 두 달 이상 체류할 수 있는 2단계 해저기지는 22년 뒤 건설 가능할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해저기지의 건설을 위해 필요한 기술은 건설부지 선정을 위한 해저환경 탐사기술, 10m 마다 1기압씩 증가하는 바닷물의 수압을 견딜 수 있는 시공기술과 고강도 건설재료 제작기술, 수중건설 로봇 제작기술, 해저기지로의 에너지 공급기술, 해저기지-지상간 이동기술, 건설 및 체류인력의 생명유지 기술 등이 필요합니다.

최근 에너지 기술 발달과 수중건설로봇 제작기술 등이 발달하면서 해저도시 건설이 경제적으로도 타당하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 국민은 해저호텔을 크게 기대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중국처럼 '해저 만리장성'은 바라지 않지만, 국토의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해양국가로서 제대로된 해저 군사기지 한 곳 정도는 갖춰야 하지 않을까요?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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