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업계, 상반기 실적 '우울'...'車·실손' 보험료 오르나

[아시아경제 박지환 기자] 손해보험업계의 암울한 전망이 수치로 확인됐다. 상위 5개 손보사 가운데 메리츠화재를 제외하고 모두 10~30%대의 순이익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자동차보험과 실손보험의 손해율이 급증해 적자 폭이 확대된 것으로 보고 있다. 손보사들의 실적 부진이 현실화되면서 업계의 보험료 인상 요구에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1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메리츠화재 등 상위 5개 손보사의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1조986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1조5423억원 대비 28.77% 줄었다.

현대해상이 지난해 상반기 순익 2565억원에서 올해 1639억원으로 36.1%,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현대 다음으로 삼성화재는 지난해 상반기 6656억원에서 4261억원으로 36.0% 줄었다. DB손보(31.3%), KB손보(11.6%) 등 업계 상위사 다수가 마이너스 성적표를 받았다.

겉보기에는 메리츠화재만 선방했다. 메리츠화재는 지난해 상반기보다 3.1% 늘어난 1361억원의 순익을 내면서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을 했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메리츠의 순익 증가는 보험영업적자가 1245억원 확대된 상황에서 일회성 채권처분이익으로 인한 투자영업이익이 1190억원 증가해 보험영업실적 악화를 상쇄한 것이다. 보험영업 내용면에서는 메리츠 역시 고전한 셈이다.

손보업계에서는 상반기 부진한 실적 주 원인으로 꼽히는 자동차·실손보험의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상반기 기준 5대 보험사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84.7~87.1%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자보 적정 손해율을 77~78% 수준으로 보는데 이를 감안하면 약 10% 손해율이 높은 셈이다.

실손보험의 경우도 의료 이용량이 급증하면서 손해율이 115.6~147%에 달한다. '문재인 케어' 이후 의료량 급증과 함께 추나요법·첩약 등 한방 관련 건강보험 보장 확대도 손해율 상승을 부추긴다. 실손의료보험과 자동차보험의 연간 누적적자가 올해는 사상 처음으로 3조원을 넘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손보사들은 하반기 당장 보험료를 올리고 싶어 눈치를 살피지만 현실적인 인상 시기는 내년 초로 점쳐진다. 이미 자동차보험료는 올 들어 두차례 인상해 연내 추가 인상이 쉽지 않다. 또 실손보험은 금융당국과의 논의를 통해 내년 요율 개편으로 일부 보험료 인상이 예고된 상황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각사 별로 상황이 다르지만 자동차보험에서 최대10%, 실손보험서 6%의 보험료 인상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하반기 보험료 인상은 어렵겠지만 인상률 부문은 실적으로 증명된 만큼 업계 요구의 설득력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박지환 기자 pjhyj@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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