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전쟁 공포에 안전자산 쏠림…금값 치솟고 마이너스 국채 급증(종합)

[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환율전쟁 공포감이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 심리를 부추기며 글로벌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국제 금값은 6년 만에 처음으로 1500달러 선을 돌파했고 마이너스 금리에 거래되는 채권 규모는 사상 최대인 15조달러(약 1경8198조원)를 넘어섰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7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2월 인도분 금은 전장 대비 2.2% 높은 온스당 1521.30달러 선에 거래됐다. 금값이 온스당 1500달러를 넘어선 것은 2013년 4월 이후 처음이다. 스폿시장에서도 금값은 온스당 1500달러 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올 들어 금값 상승 폭은 18%로 뉴욕증시 상승 폭(S&P500지수 기준 14.3%)을 훨씬 웃돈다.

연초 온스당 1200달러 수준이었던 금값은 미ㆍ중 무역긴장이 재고조된 지난 5월 말부터 본격적으로 치솟기 시작했다. 특히 최근 '1달러=7위안' 선이 뚫리며 미ㆍ중 갈등이 환율전쟁으로 전면화할 것이란 전망이 쏟아지는 가운데 이날 뉴질랜드, 인도, 태국 중앙은행이 예상보다 더 큰 폭의 정책금리 인하를 단행한 것이 금값을 더 끌어올렸다. 지난 4일간 금값 상승 폭은 6%, 5월 말 이후 상승 폭은 15%를 웃돈다. 조만간 1600달러 선을 돌파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같은 날 공개된 독일 지난 6월 산업생산(-1.5%) 지표가 예상을 크게 하회한 것도 경기둔화 우려에 대한 투자자들의 위기감을 부채질했다는 분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동일한 이유로 일본 엔화, 스위스 프랑화 등 다른 안전자산도 최근 몇 주간 큰 폭의 상승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안전자산 선호 심리는 채권시장에도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대표적 안전자산인 독일 등 주요국 국채 금리가 하락세를 이어가며 글로벌 채권시장에서 마이너스 채권의 거래비중은 무려 25%까지 치솟았다. 블룸버그바클레이스인덱스에 따르면 이날 글로벌 마이너스 채권 규모는 사상 최대인 15조6210억달러로 파악된다. 지난해 10월 대비 무려 3배 급증한 규모다.

이는 모두 경기 침체 우려와 함께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전례 없는 통화 완화 움직임을 보인 여파로 해석된다. KKM 파이낸셜의 제프 킬버그 최고경영자(CEO)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더 많은 자금이 독일 국채로 흘러가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는 (시장에) 공포감을 준다"며 "지난해 말 8조달러였던 마이너스 채권 시장 규모는 이제 15조달러대"라고 우려했다.

같은 날 미국, 영국 등 주요국 국채 금리는 동반 하락했고, 대표적 안전자산인 독일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0.6%로 역대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고릴라 트레이드의 켄 버먼 최고경영자(CEO)는 "글로벌시장 전반에 걸쳐 안전자산 쏠림현상이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이날 뉴욕 채권시장에서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장중 한때 1.6%선 밑으로 떨어져 2016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30년물 금리도 역대 최저 수준에 육박했다. 미국 국채 3개월물과 10년물의 금리 역전 폭은 39bp(1bp=0.01%포인트)로 글로벌 금융위기 전이던 2007년 3월 이후 12년 5개월 만에 최대로 벌어졌다. 장기채의 금리가 단기채 금리를 밑도는 현상은 통상 불황 예고 신호로 읽힌다. 2년물과 10년물 간 금리 스프레드는 장중 한때 7bp까지 좁혀졌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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