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치게 상업적이다' 성장동력 잃은 K뷰티, 일본에 왕관 넘겨주나(종합)

K뷰티 교두보 글로우레서피, 큐레이팅 중단
색조·퍼스널케어 부진…주력 스킨케어도 힘못써
코트라 "업계, 美시장 현실 직시할 필요"

미국에서 K뷰티를 적극적으로 홍보해 온 온라인 판매 플랫폼 글로우레서피가 지난달 1일 K뷰티 큐레이팅 서비스를 중단했다. 회사 측은 회원들의 요청을 반영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사진=글로우레서피 홈페이지 캡처

[아시아경제 차민영 기자] "한국 화장품은 지나치게 상업적으로 변했다. 글로우레서피는 혁신적인 스킨케어 소매 플랫폼으로서 자신들의 위치를 재정립할 때가 됐다. 이들의 다음 행보가 기대된다." (글로우레서피 이용자 코멘트 中)

중국에 이어 미국에서도 일명 'K뷰티'로 통하는 국내 화장품의 인기가 시들해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경쟁 제품인 J뷰티로 대변되는 일본 화장품에 비해 높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지녔던 K뷰티가 본래 개성 넘치는 매력을 잃고 식상해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강점이 있는 스킨케어 분야에서도 뚜렷한 브랜드 파워를 갖추는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관측된다.

6일 KOTRA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 대표 K뷰티 전문 온라인 판매점 중 하나인 글로우레서피가 지난달 1일부터 K뷰티 큐레이팅 서비스를 중단했다. 글로우레서피는 홈페이지 공지문에서 "회원들의 피드백을 반영해 다양한 국가의 스킨케어 브랜드를 취급하겠다는 방침"이라며 이 같은 계획을 밝혔다. 글로우레서피는 2014년부터 '7스킨 보습법', '유리알 광택 피부 만들기', '마스크팩 사용법' 등 한국식 스킨케어 방법을 공유하며 국내 화장품들을 미국 소비자들에게 소개해왔다.

이처럼 글로우레서피 외에도 미국 드럭스토어 체인점인 CVS, 뷰티 전문점 얼타뷰티 등에서도 K뷰티 섹션이 과거에 비해 눈에 띄게 줄었다는 게 KOTRA의 평가다. 미국은 2018년 기준 한국 화장품 연간 수입액이 5억1158만달러에 달할 정도로 중요한 시장 중 하나다. 미국의 일본 화장품 수입액은 2억1067만달러로 한국의 절반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일본에 비해 럭셔리·프리미엄 브랜드 파워가 약하다는 측면에서 K뷰티 트렌드의 부진은 업계에 적신호로 풀이된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18년 기준 미국 화장품 시장에서 유의미한 시장점유율(MS)을 기록한 국내 브랜드는 설화수 1개로 스킨케어 시장 내 0.1%의 MS를 기록했다. 색조나 퍼스널케어 시장에는 전무했다. 이와 달리 일본 화장품 브랜드는 스킨케어 분야에 시세이도그룹, 카오그룹, 로토제약 산하 8개 브랜드가 이름을 올려 총 점유율이 5.4%에 달했다. 색조군과 퍼스널케어군에서도 각 5개, 8개 브랜드가 명단에 포함됐다.

다만, 긍정적인 대목은 최근 국내 화장품 기업들이 미국 진출에 앞서 K뷰티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이다. 마스크팩 전문 브랜드 메디힐은 지난달 미국에 직접 진출하면서 미국 소비자 전용 마스크팩 선보였다. 국내 베스트셀러 중 화학성분을 최소화한 6종을 추려 미국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는 심플한 패키지를 적용했다. 글로벌 모델 계약을 맺은 방탄소년단도 현지 홍보에 활용하며, 미국 소비자 피부 특성을 고려한 스킨케어 라인도 확충할 계획이다.

미국 화장품 구독 서비스 '박시참'의 6월 구성 박스. 사진=홈페이지 캡처

처음부터 K뷰티와 별도로 독자적 이미지 구축에 나선 곳도 있다. 2012년 론칭된 색조 전문 브랜드 터치인솔은 글로벌 뷰티 편집숍 세포라 입점 브랜드로 이름을 알렸다. K뷰티에 집착하기보다 발색에 특화된 글리터 섀도우와 베이스메이크업, 립 제품 등으로 구성된 대표 라인업을 완성했다. 미국 구독 화장품 서비스 '박시참'에도 제품을 공급 중이다.

KOTRA 로스앤젤레스무역관 관계자는 보고서에서 "K뷰티가 미국 화장품 시장에서의 불안감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며 "K뷰티 제품의 미국 수출은 여전히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으나 경쟁국 제품의 대미 수출액 또한 한국 제품과 유사하거나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편, 한국은 올해 1분기 기준 중국 화장품 수입 시장에서 일본에 1등 자리를 내줬다. 세계무역기구(WTO)와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공동 운영하는 국제무역센터(ITC) 조사 결과 1분기 중국 화장품 시장의 국가별 수입액은 일본이 7억7000만달러(약 9200억원)로 가장 많았다. 2015년 후 3위권을 맴돌던 일본은 지난해 2위에 이어 올해 1위를 차지했다. 이어 프랑스가 7억3000만달러(약 8800억원)로 2위, 한국이 7억2000만달러(약 8600억원)로 3위에 그쳤다. 한국은 지난해 말 1등을 기록했으나 올해 1분기에는 도로 순위가 3위로 내려왔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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