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과자·라면·분유 안 산다'…불매운동 앞장선 주부들(종합)

대형 육아 커뮤니티 다수서 전방위적 불매운동
일본 먹거리·화장품 매출 급감…젖병, 기저귀, 분유도 "일본산 사용 안 해"

[아시아경제 최신혜 기자] "우리 국민이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사실을 일본에 알려주고 싶습니다. 남편과 함께 일본 이슈 관련 오픈마켓 앱을 지우고 마트에서 장을 볼 때 일본 식재료를 사용하거나 지분이 포함된 기업의 제품을 거르는 등 일제 불매를 생활화하려고 노력 중이에요." (서울 강서구에 거주 중인 주부 이호림(가명ㆍ29)씨)

일본 경제보복에 따른 불매운동에 주부들도 팔 걷고 나섰다. 가족 식탁에 올리는 먹거리부터 화장품, 육아용품, 임신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애플리케이션까지 전방위적인 불매에 나선 것. 주부들의 강한 거부 열기에 식품업계 일부에서는 일본산 재료를 쓰지 않기로 검토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회원수 280만명에 달하는 육아 대표 커뮤니티를 비롯해 각 지역의 주부들이 이용하는 커뮤니티 다수에서 일본제품 불매 열기가 거세게 일고 있다. 이들은 생활 전반에 필요한 물품이나 먹거리 등의 원산지 등을 공유하며 일본 제품 사용을 지양하자는 데 의견을 함께 하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에 온라인몰, 대형마트 등의 일본 먹거리 매출도 크게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다. SSG닷컴의 지난 1일부터 29일까지 일본 과자 20여종의 매출은 전월보다 20% 줄었고 일본 라면 10여종 매출도 18% 감소했다. 지난 1일부터 18일까지 롯데마트 일본 과자류 매출도 전월 대비 21.4% 줄었고 일본 라면 매출은 26.4%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일본산 화장품 매출도 하락세다. 지난 1일부터 29일까지 SSG닷컴에서 대표 일본 화장품 브랜드인 시세이도 매출은 19.8% 하락했고, 키스미 14%, 우르오스 4% 역신장했다. 지난 1일부터 25일까지 주요 백화점 3사에서도 SK-II, 시세이도, 슈에무라 등의 매출이 최대 23%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기업이 제조하는 분유, 유제품 등에 일본산 원료를 사용한다는 정보가 주부들 사이에 확산되며 주요 유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현재 남양유업, 매일유업 등 유업계에서는 일본산 향 관련 재료를 다른 지역 생산 제품으로 교체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서울우유는 지난해 말부터 판매하던 일본 유명 치즈 브랜드 'QBB'와 수입 판매 계약 종료 절차를 밟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도 커뮤니티 내에는 젖병, 스푼 등을 판매하는 일본 유아 브랜드 '더블하트', '릿첼', 기저귀 브랜드 '마미포코', '군' 등의 대체재를 찾는 게시글이 하루에도 수십 건씩 게재되고 있다. 임신 관련 일정과 정보 등을 기록할 수 있는 '280days' 앱 등의 운영회사가 일본 소재인 사실을 안 후 탈퇴하거나 삭제하는 주부들도 다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9일 출시된 후 안드로이드에서 5000회 이상 다운로드 된 '노노재팬' 앱에서는 '때가 쏙 비트' 등 일본 세제 등을 대체할 수 있는 국내 제품들을 소개해 주부들 사이에 빈번히 공유되고 있다.

천안아산 소재 육아 커뮤니티를 대표하는 매니저는 "일본 불매운동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행동'"이라며 "불매운동의 최대 효과는 신규 수요를 차단하는 것"이라고 공지글을 통해 알렸다. 그는 "이미 구입한 제품을 쓰지 말라는 것은 지나친 간섭이 될 수 있지만 앞으로는 변화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해 다수 이용자의 공감을 얻었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예전의 불매운동은 몇몇 시민단체가 먼저 주도했다면 이번 불매운동은 네티즌들 스스로가 자발적으로 동참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라며 "일본 '불매운동'이 새로운 '문화운동'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최신혜 기자 ssi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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