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정기자
[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 암 환자가 가족 중 가장 의지하는 사람은 배우자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여성 환자보다는 남성 환자가 배우자에게 더 많이 의존했다.
신동욱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와 박기호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 교수, 박종혁 충북대의대 예방의학과 교수, 정안숙 유타대 아시아캠퍼스 심리학과 교수 공동 연구팀은 전국 11개 기관에서 치료받은 암 환자 439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이와 같았다고 8일 밝혔다.
환자들의 평균 나이는 70.8세이며 72.7%(319명)가 치료 당시 혼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연구팀은 가족 구성에 따른 가족들의 간병 역할이 어떻게 달라지는 지 분석하기 위해 신체활동, 정서, 경제, 의사결정, 병원방문, 식사 등 6개 항목을 지원하는 가족이 누구인지 물었다.
그 결과 배우자에 대한 의존도는 모든 항목에 걸쳐 가장 높게 나왔다. 배우자의 간병 참여는 신체활동 지원 71.2%, 정서 지원 68.6%, 의사결정 지원 41.7%, 병원방문 지원 49.1%, 식사 지원 64.6%로 나머지 가족 구성원과 큰 차이를 보였다. 경제 지원 부분에서만 배우자(34.6%)와 아들(30.7%)이 엇비슷한 수준이었다.
배우자에게 기대는 정도는 남성 환자가 여성 환자보다 컸다.
신체활동 지원 부분을 보면 남성 환자는 배우자에게 86.1%를 맡겼지만, 여성 환자는 이 비율이 36.1%에 그쳤다. 여성 환자는 딸(19.6%)이나 아들(15.8%), 며느리(12.7%)에게 부탁하거나 본인 스스로 해결하는 경우(12%)도 적지 않았다.
정서 지원도 마찬가지. 남성 환자는 84%가 배우자에게서 심리적 위안을 얻었다. 반면 여성 환자는 이 비율이 32.9%에 불과했다. 대신 여성 환자는 딸(28.5%)과 아들(17.7%)을 통해 이러한 간극을 메웠다.
특히 경제 지원에서는 남성 환자는 배우자(34.2%)에게 가장 많은 지원을 얻었지만, 여성 환자는 배우자(31.6%)보다 아들(40.5%)에게 의지했다. 다만 환자의 나이가 들수록 대체로 배우자 의존 비율은 줄고 자식이 이를 대체하는 경향을 보였다.
아들과 딸의 역할은 항목에 따라 달랐다. 딸의 경우 아들과 비교할 때 정서 지원(13.9% VS 9.3%) 부분이, 아들은 딸에 비해 경제 지원(30.7% VS 9.5%)과 의사결정 지원(24.6% VS 10.2%)에서 두드러졌다.
연구팀은 "국내 암환자 간병 문화에 기초해 향후 암 환자에 대한 정책적 지원도 가족 구성원에 따라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국립암센터와 한국연구재단의 일부 지원으로 진행됐으며, 연구 결과는 대한암학회의 국제 학술지 암 연구와 치료(Cancer Research and Treatment) 최근호에 실렸다.
박혜정 기자 parky@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