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미+러시아, 합종연횡 외교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오른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아시아경제 김동표 기자]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새로운 길'을 암시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결단을 앞두고 러시아를 둘러싼 남북과 미국의 치열한 한반도 외교전이 긴박감을 더해가고 있다.

러시아 외무부는 3일(현지시간) 언론 보도문을 통해 이고리 모르굴로프 아시아·태평양 지역 담당 차관이 미국 측의 요청으로 존 헌츠먼 미국 대사를 접견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러시아와의 정상회담을 앞둔 상황에서 미국이 러시아의 의중은 물론 북한의 속내 등을 파악하려는 움직임으로 관측된다. 러시아 외무부는 "면담에서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관련국들의 공조 문제가 논의됐다"고 했다.

모르굴로프 차관은 이어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도 4월 중에 러시아를 방문할 예정이라고 이날 밝혔다. 북·러 정상회담이 이르면 4월 말 또는 5월 중 성사될 가능성이 커 그전에 비건 대표가 러시아 방문을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2차 북ㆍ미 정상회담이 결렬되자 북한은 러시아에 '김정은의 집사'로 불리는 김창선 북한 국무위원회 부장을 급파했다. 이어 러시아에서는 내무부 장관이 평양을 방문했다. 북한은 오는 11일 제14기 최고인민회의 1차 회의도 앞두고 있다. 최고인민회의를 마치고 본격적인 러시아 방문 계획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문재인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북한의 궤도 이탈을 막아야 하는 우리 정부도 서둘러 러시아와 접촉했다. 한국 측 북핵 협상 수석대표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지난달 19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모르굴로프 차관과 한·러 북핵 수석대표 협의를 개최했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도 지난달 말께 비밀리에 러시아를 찾아 현지 정부 인사들과 만나 김 위원장의 방러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도 북한 비핵화를 둘러싼 남·북·미·러의 상호 외교전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게오르기 톨로라야 러시아과학아카데미 교수는 4일 서울 마포구 동교동 김대중도서관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와 한반도 평화 이니셔티브' 포럼에 참석해 "러시아가 외교적으로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한 논의가 많이 나오고 있다"면서 러시아를 둘러싼 합종연횡 외교전이 지속될 것임을 시사했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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