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소 냉각탑서 사라지는 물 30% 회수할 수 있다

기존 물 회수 시스템은 물 방울이 포함된 공기(안개)가 와이어를 통과하면 흩어져 효율적으로 물을 포집하지 못했다. [사진=MIT 홍보영상 화면캡처]

[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발전소의 냉각을 위해 사용된 후 수증기로 사라지는 엄청난 물과 안개에 포함된 물을 다시 사용할 수 있을까?

미국의 강과 호수, 저수지의 담수 39%는 발전소의 냉각탑을 냉각하는데 사용되고, 그 물의 대부분은 수증기가 돼 사라진다. 그러나 미국 메사추세츠공과대(MIT) 엔지니어들이 개발한 물 회수 시스템을 활용하면 사라지는 물을 20~30% 정도는 회수할 수 있다.

지난해 5월 MIT가 주최한 10만달러 창업 공모전에서 우승하면서 알려진 이 시스템은 크리파 바라나시 MIT 기계공학과 교수가 주도해 개발했다. 한달 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발표됐으며, 스타트업 인피니티 쿨링이 상용화를 준비 중이다.

이 시스템은 효율에 비해 원리는 비교적 간단하다. 안개가 풍부한 공기에 이온을 쏘면 물방울이 전기적으로 충전되면서 창과 비슷한 형태의 그물망에 모인다. 이 물방울이 수집 팬으로 흘러 들어가 발전소에서 재사용되거나 도시의 급수 시스템으로 보내지는 것이다.

바라나시 교수의 개발팀은 기존의 물 회수 시스템이 사용된 물의 1~3% 정도 회수에 그치는 원인이 공기 역학에 있음을 밝혀냈다.

안개 속의 물방울을 포집하기 위해서는 그물의 와이어와 같은 장애물 속을 안개가 낀 공기가 통과해야 한다. 그럴 경우 비행기 날개 주변을 흐르는 공기가 날개의 위와 아래로 분리되는 것과 같은 현상이 일어나 공기가 흩어져 그 속의 물방울도 함께 와이어에 걸리지 않고 흩어지기 때문에 효율이 떨어진다는 것.

MIT 엔지니어들이 개발한 물 회수 시스템의 실험 모습. 효율적으로 빨려들지 못하던 수증기들(사진 위)이 시스템을 가동하면서 이온을 활성화하자 수증기가 시스템 속으로 쏙 빨려 들어간다. [사진=MIT 홍보영상 화면캡처]

결과적으로 물방울을 붙잡기 위해 와이어를 더 크게 만들거나 내부 공간을 작게 만들어도 전반적인 공기 흐름을 방해해 더 많은 물방울 포집에는 실패하게 된다. 그러나 연구팀은 시스템에 들어오는 안개에 이온빔을 쏘면서 이를 해결했다. 이온이 와이어의 경로에 있는 모든 물방울을 끌어 당기면서 이 시스템을 통과하는 물방울을 기존 시스템보다 훨씬 많이 포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특히 이 공정은 증발된 물을 포집하는 것이기 때문에 오염된 물이나 바닷물에서도 순수한 물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연구팀은기존 발전소 등의 냉각탑에서 손실되는 물의 20~30% 정도만 포집해도 600메가와트 발전소에서 1년에 1억5000만 갤런의 물을 얻어낼 수 있고, 이 물의 가치는 수백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바라나시 교수는 "이 시스템은 세계적인 물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훌륭한 방법이 될 수 있다"면서 "앞으로 10년 동안 새로운 담수 플랜트 설치를 70% 이상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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