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락 불보듯'…서울 자사고 평가보고서 제출 거부

"평가 임하는 것 무의미" 13개 자사고 행정소송 불사교육청, 자체자료로 평가 강행 "일주일 기다릴 것"

서울자율형사립고학교장연합회 김철경 회장(대광고 교장)을 비롯한 22개 자사고 교장들이 지난 25일 서울 중구 이화여자고등학교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교육청의 자사고 재지정 기준인 '운영성과평가'에 대한 거부 방침을 밝히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서울 13개 자율형사립고(자사고)가 정부의 평가 방침에 반발해, 자사고 재지정을 위한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 이렇게 되면 13개 학교는 자사고 지위를 잃고 일반고로 강제 전환될 수 있다. 그러나 자사고들이 행정소송 등으로 맞설 가능성이 높아, 내년도 신입생 모집 과정 등에서 극심한 혼란이 예상된다.

자사고 재지정을 위한 '자체 운영성과 평가보고서' 제출 기한을 불과 몇 시간 앞둔 29일 오전 서울자사고학교장연합회는 회의를 열고 보고서 제출을 거부하기로 재차 합의했다. 서울교육청이 정한 시한은 이날 오후 6시다. 회의에 참석한 한 자사고 교장은 "누가 봐도 자사고에 불리하게 설정된 평가항목에 맞춰 평가를 받으라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자사고 교장은 "사실상 자사고 전부가 무더기 탈락하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했다.

서울교육청은 자사고에 대해 5년마다 평가해 지정 유지 여부를 결정한다. 이번에 그 기준을 크게 높였다. 이대로 평가를 받으면 대다수 자사고들의 탈락이 불 보듯 뻔해, 평가에 임하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자사고 교장들은 주장한다. 현 정부와 조희연 서울교육감의 '자사고 폐지' 정책 기조에 따라 '평가가 아닌 탈락을 위한' 기준 상향이라는 것이다.

자사고들이 끝내 보고서 제출을 거부해도 서울교육청 측은 자체 자료만 가지고 평가를 강행한다는 입장이다.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26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자사고가 평가에 참여하도록 최선을 다해 설득하겠다"고 밝혔지만 연합회의 면담 요청에는 응하지 않고 있다.

이종탁 서울교육청 교육혁신과장은 "재지정 평가기준은 교육부 지침에 따른 것일 뿐 서울교육청이 자사고를 탈락시키기 위해 따로 만든 건 없기에 평가기준 하향(완화)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오히려 지표가 명확한 평가인 만큼 교육청이 임의로 특정 자사고에게 불리한 점수를 줄 여지가 줄어 훨씬 공정한 평가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교육청은 5월 쯤 현장실사를 진행하며 7월초 재지정 결과를 발표한다. 다만 앞으로 일주일 간 보고서 제출을 기다려보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 기간 극적인 타협이 이루어질 여지도 있는 셈이다. 그러나 별다른 변수가 없이 탈락이 현실화되면 각 학교들은 행정소송 등으로 맞설 전망이다. 8월께부터는 내년도 신입생 모집이 시작되기 때문에, 자사고 진학을 준비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은 큰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한편 전국 사립학교 이사장들도 정부의 자사고 폐지 정책에 반대하고 나섰다. 전국 1647개 초ㆍ중ㆍ고 사립학교 모임인 한국사립초중고등학교법인협의회는 28일 성명을 내고 "교육당국의 자사고 평가 계획이 자사고 폐지를 의도하고 있고, 재학생ㆍ학부모의 교육권과 학교선택권을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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