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스톰-지멘스 철도사업 통합 또 무산될 듯…EU 반독점당국 제동

[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독일 지멘스와 프랑스 알스톰의 철도사업 합병시도가 또 다시 유럽연합(EU) 반독점당국의 벽에 가로막힐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EU집행위원회의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경쟁담당 집행위원이 2월 첫주로 예정된 합병 승인결정을 앞두고 거부권을 제안했다고 30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항공산업의 에어버스처럼 철도산업에서 이른바 '유럽 챔피언'을 만들어야 한다는 독일·프랑스 정부의 전폭적 지지에도 불구하고, 반독점법 위반 우려 등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고속열차 제조업체인 지멘스와 알스톰은 앞서 세계 1위인 중국의 중차그룹(CRRC)에 맞서겠다며 야심차게 철도사업 합병계획을 발표했지만 지난 해 하반기에도 EU집행위원회의 승인을 얻지 못했다. 무산 위기에 처한 양사는 올해 EU당국의 승인을 얻기 위해 신호·철도사업 등 자산매각 옵션을 추가로 발표한 상태다.

하지만 EU집행위 고위관계자는 "다음 주 회의에서 공식 투표권을 갖고 있는 28명의 위원 중 1~2명만이 베르타게르 집행위원의 권고에 반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부정적인 분위기를 전했다. 베스타게르 집행위원은 현지언론에 "양사는 이미 유럽챔피언"이라고 선을 그었다. 유럽 최대 고속열차제조기업의 탄생으로 향후 고객들의 선택권이 제한되고 요금인상을 부추길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조 캐저 지멘스 최고경영자(CEO)는 같은 날 실적발표 기자회견에서 EU당국의 승인을 얻기 어렵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유럽 철도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이다. 미래지향적 유럽인지 지켜보겠다"고 오히려 당국을 도발해 눈길을 끌었다.

독점 방지라는 원칙을 고수하는 EU당국과 기업 경쟁력 및 고용여파를 우려하는 독·프 정부연합 간 대립구도도 이어지고 있다.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무부 장관은 "EU당국의 합병저지는 그 어떤 것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페터 알트마이어 독일 경제에너지부 장관은 "우리에게는 미국, 중국 기업과의 경쟁에서 대응할 수 있는 '유럽 챔피언'이 필요하다. 합병은 이치에 맞고 옳은 일"이라고 반박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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