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를 미리 알기 위한 노력, K-SuperCast로 이어졌다'

최광신 금감원 금융감독연구센터 선임연구원, 4개월에 걸쳐 개발
금감원, 개발 위해 소요된 예산은 따로 없어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자체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모델을 갖추고 있다고 발표했다. GDP 성장률은 한국은행에서 매번 발표하고 있는데 왜 금감원은 별도로 GDP 성장률 예측 모델을 만들었을까, GDP 성장률을 한은과 다른 방식으로 예측한다면 어느 쪽이 더 정확할까, 이런 시스템을 갖추기까지 얼마나 많은 돈이 쓰였을까. 궁금증이 계속 이어졌다.
4일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K-SuperCast(빅데이터 기반의 GDP 예측모형)의 개발 비용은 0원이었다. 금감원은 "최광신 금융감독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이 기존 연구 자료를 분석, 공개 통계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자체적으로 개발해, 추가로 소요된 예산은 없다"고 설명했다.금감원은 그동안 K-SuperCast가 얼마나 정확한지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국내 경제성장률을 공식 집계하는 기관은 한국은행인 점을 고려해 금감원 전망치는 금융시장에 불필요한 영향과 오해할 수 있어 대외적으로 공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K-SuperCast의 개발 과정 전반을 대외적으로 소개한 워킹 페이퍼를 통해 지난해 2분기와 3분기 GDP 예측과 한은의 GDP 잠정치가 모두 같았다는 점은 소개했다. 나름대로 정확도에 있어서도 자신감을 갖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됐다.K-SuperCast와 관련해 연이어 드는 의문을 풀기 위해 신원 금감원 금융감독연구센터 선임국장과 최 선임연구원을 만났다.왜 이런 모형을 개발했을까? 신 국장은 "미래가 아닌 현재를 미리 알 수 있는 것은 어떻게 보면 데이터 입수체계를 빨리만 해도 되는 일"이라면서 "3개월 만에 입수할 수 있는 자료를 발생 시점에 바로 입수할 수 있다면 현재를 좀 더 가까이 볼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현재를 미리 알 수 있다'는 말이 낯설었다. 사실 우리가 아는 경제 통계들은 결국 집계, 분석 과정 등을 거쳐서 알게 된다. 현재라는 시간을 살고 있더라도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의미를 부여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이 시간의 격차는 특정한 순간에서는 매우 커다란 의미를 가진다. 통상적으로 금융위기 등은 매우 짧은 순간 급속도로 발생한다. 위기의 발생 징후에서부터 사태가 터져 그 파장이 온 세상에 영향을 미치는 데까지는 무척 짧은 시간이 소요된다. 이 때문에 빠른 데이터의 확보는 조기에 위기를 파악하는 데 있어서 급선무다.최 선임연구원은 "거시경제 모니터링을 할 때 우리가 필요할 때마다 한국은행에 자료를 요청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도 나름 한은과 비교할 자료를 만들 필요가 있어 모형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신 국장은 "금감원은 조기경보모형이나 스트레스테스트 모델을 갖고 있는데, 한은에는 분기마다 자료를 발표하고 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짧은 호흡으로 최신 숫자가 필요한 경우에는 한은에만 의존할 수 없어 내부에서 자체 모형을 갖고 숫자를 입력할 수 있다"고 말했다.최 선임연구원은 "지난해 4월부터 개발을 시작해 7월에 처음으로 GDP 성장률을 예측할 수 있었다. 개발에 4개월가량 걸렸다"면서 "이후 워킹페이퍼를 만드는 작업에 나서 지난해 11월에 발표했다"고 말했다. 워킹페이퍼는 K-SuperCast가 어떻게 GDP 성장률을 예측하는지 분석 방법을 대외적으로 소개하고 추가적 개선방안을 모색하자는 취지로 발표됐다. 그는 "일본은행도 최근 비슷한 GDP 성장률 예측 모형을 발표했는데, 서로 비교할 수 있게 됐다"고 소개했다.금감원은 현재 거시건전성 감독 3종 세트를 보유하고 있다. 최 선임연구원이 개발한 K-SuperCast 외에도 금융 생태계 내 위기 확산 과정과 이에 대한 금융산업의 영향을 모형화한 '2차 효과 거시건전성 감독 스트레스 테스트 모형(STARS-II)'과 '금융산업 조기경보 모형(K-SEEK)'이 그것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K-SuperCast는 STARS-II와 K-SEEK에 연계해서 사용된다.K-SuperCast는 기본적으로 빅데이터에 기반한 예측모형이다. 일정 주기에 따라 발표되는 86개의 경제변수를 분석 주기를 통일시켜 GDP에 영향을 주는 가상의 값을 통해 추정한다. 새로운 지표를 입력할 때마다 GDP 성장률 전망치는 영향을 받는다. 이 같은 과정을 통해 실제 GDP 성장률에 다가가는 식이다.신 선임국장은 "한은과 같은 통계기관이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것 외에도 K-SuperCast는 개별 기업의 심리지수나 기업 경기에 대한 실시 지수 등 소프트한 데이터 등을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최 선임연구원은 "K-SuperCast는 경기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러프하게 측정하려 했기 때문에 온갖 데이터가 담았다"면서 "STARS-II나 K-SEEK의 경우 위기가 올지를 보기 위해 노이즈가 적은 정제된 데이터를 쓰는 데 반해 검증된 데이터를 활용한다"고 말했다.신 선임국장은 "K-SuperCast 개발과 같은 작업은 외부에 맡길 수 있는 성격이 못 된다"고 설명했다. 반영해야 하는 변수 등이 내부에서 구해야 하는 자료에서부터 민감한 자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내용 등이 포함되기 때문에 외부에 맡겨둘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외부에 맡기려 해도 만들 수 있는 곳이 없으며, (설령 있더라도) 필요한 예산이 얼마나 되는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고 말했다.최 선임연구원은 금감원이 자체적으로 K-SuperCast와 같은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을 '최적화'로 설명했다. 그는 "금감원도 자체적으로 코딩 역량을 강화해서 최대한 빠르게 시스템화하는 것 등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 선임국장은 "금융감독을 행정행위로 보기도 하지만, 금융 안정을 위해서는 다양한 방법론과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통상적인 금융감독 범위를 넘어서는 다양한 시도와 노력들이 수반되어야 금융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최 선임연구원은 "금감원이 보유한 기술 역량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가령 K-SEEK의 경우 머신러닝과 같은 최신 기법들이 사용됐는데, 이는 외부의 IT기술 업체들이 사용하는 기술 수준에 필적하거나 상회하는 수준이라는 설명이다.앞서 두 명의 연구진이 금감원을 떠나 학교로 갔다. 역량은 탁월한 데 반해 전문직원은 정규직원이 될 수 없다는 고용 안정성 등의 제약으로 애써 초빙한 인력이 떠나는 상황이다. 신 선임국장은 "현재 금감원 내에 최 선임연구원을 대체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면서 "금감원 내부에 우수한 인력을 확보하려 하지만 예산과 제도 등의 제약이 있다"고 아쉬워했다.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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