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7년 베트남 하노이 소피텔 메트로폴 호텔 앞에 설치된 지하 방공호에 주민들이 숨어 사태를 주시하는 모습.(VN익스프레스 캡처)
저자는 서문을 통해 "이들의 대화가 동아시아의 평화와 안정, 특히 북한 핵 문제를 어떻게 마주할 것인가에 대해 커다란 교훈과 시사점을 제시해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당시 미국과 베트남의 대화에선 현재 북ㆍ미 간 비핵화 협상과 비슷한 점이 보인다. 북한과 베트남은 미국식 도미노 이론에 영향을 받은 나라들이다. 프랑스와 일본의 식민 통치를 받다가 독립을 전후해 이념 전쟁에 휘말린 약소국으로서, 줄곧 '적'이었던 미국과 대화하기란 여간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자국의 경제적 발전이 과거의 갈등에 우선하는 때다. 이 책에서도 베트남이 미국과의 대화를 시작하게 된 배경에는 자국의 경제적 발전을 위한 외무부의 의도가 있었음을 전제한다. 미국으로부터 최혜국 대우를 받아내는 것을 포함해 미국과 베트남의 경제 관계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전략이 숨어 있었다는 것이다.북한이 미국과의 대화에서 얻어내려는 것도 다르지 않다. 공감대가 있는 만큼 참고할 점도 분명해 보인다. 책에 묘사된 맥나마라의 열린 자세가 바로 그것이다. '기회를 놓쳤는가?' 모임 직전 그는 베트남전 당시 최고사령관이었던 보응우옌잡을 만났다. 형식적인 대화가 오가다 만남이 파할 때쯤 맥나마라는 수십 년간 풀리지 않던 의문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보응우옌잡에게 '통킹만 사건(베트남이 미 구축함 매독스를 공격했다는 이유로 미군이 반격에 나선 사건으로 베트남전이 본격화한 계기)' 당시 베트남이 정말 미국을 공격했는지를 물었다. 보응우옌잡은 "공격하지 않았다. 그것이 진실"이라고 답했다. 맥나마라는 후에 '회고록'의 개정판을 내며 통킹만 사건에 대한 보응우옌잡의 대답을 더했다. 베트남 측의 증언을 역사적 사실로 존중한다는 자세를 보여준 것이다.맥나마라는 모임이 끝나고 진행된 저자와의 인터뷰에서 "베트남전은 지도자들이 현명하게 행동했다면 피할 수 있었다"며 "적을 이해하며 최고 지도자끼리 대화를 계속해야 한다. 우리는 그것을 게을리했다"고 말했다. 지금은 고인이 된 맥나마라와 보응우옌잡이 오늘날의 북ㆍ미 간 대화를 본다면 같은 조언을 하지 않을까. "서로 끊임없이 대화하라, 그것만이 국민과 나라가 살 길이다."(히가시 다이사쿠 지음, 서각수 옮김/원더박스/1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