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 남북철도 연결에 거는 기대

1869년 5월10일 미국 유타주 포트몬트리 언덕 위에서 역사적 행사가 열렸다. 바로 미국 대륙 횡단철도의 서쪽 구간과 동쪽 구간을 연결하는 행사였다. 서부구간을 담당했던 센트럴퍼시픽(CP) 철도의 중국인 노동자들과 동부 구간을 담당했던 유니온퍼시픽(UP) 철도의 아일랜드 노동자들이 둘러싼 가운데 양사의 경영진과 정치인들은 철도 연결을 상징하는 골든 스파이크를 박는 마지막 행사를 가졌다. 이 때 CP와 UP의 경영진들이 서로 마지막 해머를 들겠다고 나서면서 한 동안 설전이 벌어졌고 결국 CP의 사장 리랜드 스탠퍼드(스탠포드 대학 창립자)가 골든 스파이크를 박는 영예를 안았다. 대륙횡단철도의 신기원을 여는 순간이었다.그냥 한 철도 노선의 연결이 아니었다. 미국으로선 1849년 캘리포니아에 금광이 발견되면서 급속도로 개발되기 시작한 서부와 동부를 연결한다는 의미가 컸다. 동서 횡단 철도가 신생국 미국을 경제 대국으로 발돋움시키는 견인차가 될 것을 예상하고 풋내기 변호사 시절부터 그 구상에 참여했던 한 정치인인 링컨 대통령의 꿈이 완성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그가 대통령에 취임했던 1861년도에 이 사업의 한 축인 센트럴퍼시픽 회사가 출범한 게 우연이 아니다.철도 산업은 18세기 말 시작된 산업혁명의 총아였다. 증기기관차 발명으로 시작된 철도는 전 세계적 철도 건설 붐을 낳았다. 1905년 완공된 시베리아 횡단철도는 유럽과 아시아 두 대륙을 이었다. 철도 덕택에 발달한 철강산업은 20세기 기계 문명의 원동력이 되었다. 또한 방대한 노선, 대규모 운송, 정밀함이 요구되는 배차시간 등으로 인해 철도회사들은 기존의 조직형태만으로 한계를 느끼고 중앙집권화된 새로운 조직을 발전시키기 시작했다. 오늘날 대기업 조직 형태는 철도회사가 모태다. 철도는 당시로선 오늘날 인터넷을 넘어서는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원동력이었다. 단절된 세계를 하나의 세계로 만드는 출발점이었고, 세상에 편리함과 가치를 창출했다. 운송비용의 절감은 어떤 면에선 부수적 효과일 지경이다.이제 아직도 단절된 세상인 남과 북을 철도로 잇고, 더 나아가 섬이 아닌 섬이 돼 버린 우리나라를 대륙으로 잇기 위한 구상이 또다시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광복절에 발표한 남북경제협력 구상에서 북한과의 철도 연결을 중장기적으로 동아시아 철도 공동체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남북 철도망을 시베리아횡단철도, 중국횡단철도 등과 연결해 동북아와 유라시아를 잇는 '철의 실크로드'다. 해상운송에 비해 비용과 거리가 대폭 줄어들고 극동 지역의 에너지 자원개발이 불 붙을 수 있다는 경제적 의미는 다 아는 얘기다. 여기에 남ㆍ북ㆍ일ㆍ중ㆍ러ㆍ몽골 등 동북아 6개국뿐만 아니라 미국까지 참여할 수 있게 돼 철의 실크로드가 평화의 철도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남북 철도 연결은 이미 첫발을 뗀 상태다. 남북은 지난달 동해선과 경의선 철도 북측 연결구간을 공동 점검했고, 이달 말 북측 구간 공동 조사도 앞두고 있다. 잘 하면 철도, 도로 연결 착공식이 올해 안애 이뤄질 수도 있다. 판문점 선언이 한 단계 진전된 셈이다. 일제가 군용으로 건설한 경의선과 경원선이 이제 평화의 상징이 됐다는 게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물론 과거에 비해 21세기에 있어서 철도의 정치ㆍ사회ㆍ경제적 의의는 줄어든 게 사실이다. 철도가 등장한 이후 생겨난 자동차가 있고, 전화와 인터넷 등의 새로운 소통수단이 발달했기 때문에 단순한 운송 및 소통 수단으로서의 의미는 반감할 수밖에 없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서부개척시대에 대륙횡단철도가 엄청난 사회ㆍ경제적 의미를 가졌듯이 교통 인프라가 극도로 취약한 북한 지역의 경우 철도 현대화 사업이 갖는 의미는 각별할 수밖에 없다. 소외된 지역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시베리아 및 중국횡단 철도와 연결될 경우 낙후된 북한 경제의 성장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북한의 비핵화가 아직 남아 있는 만큼 철의 실크로드 구상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구체화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비핵화, 체제유지, 경제 발전 사이에서 득실을 따지는 데 머리가 복잡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이번 철의 실크로드 구상 발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부단하게 노력하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데 도움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최성범 국민대학교 경영대학 겸임교수<ⓒ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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