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치믈리에 시험장 열기 '후끈'... '듣고 읽고 맛보고'

58만명 시험 신청, 온라인 시험 거쳐 500명 응시필기와 실기로 나눠 치러져…각각 절반 이상 맞히면 자격증 부여
[아시아경제 조한울 기자] "다음 중 가장 오래된 치킨 브랜드를 고르시오"'치믈리에' 시험장은 컴퓨터 사인펜으로 정답을 마킹하는 소리로 가득 찼다. 여느 자격시험처럼 응시생들은 진지하게 문제를 풀어나갔다.배달 애플리케이션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22일 서울 송파구의 호텔에서 제2회 치믈리에 자격시험을 열었다. 치믈리에 시험은 치킨을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 측정하는 시험이다. 지난해 첫 시험이 진행됐다. 배달의민족은 치믈리에 자격증을 민간 자격증으로 등록해 합격자에게 자격증을 수여한다. 58만명이 시험 응시를 희망했지만, 2만7000명만이 온라인 시험을 통과했다. 이 중 500명이 무작위로 선정돼 시험에 응시했다.

조리과 학생 정동호(22)씨는 지난해 기출문제를 가져와 풀고 있었다.

행사는 사뭇 진지하게 진행됐다. 시험 시작 전에 기출문제를 풀거나 배달의민족이 발간한 '치슐랭가이드'를 보며 시험공부를 하는 응시생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조리학을 전공한다는 정동호(22, 남)씨는 지난해 기출문제를 뽑아와 '벼락치기' 공부를 하고 있었다. 시험을 치기 위해 아르바이트 시간도 바꾸고 왔다는 정씨는 "자격증을 받는다면 친구들에게 자랑거리가 될 것"이라면서도 "공부를 못해 합격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시험은 필기시험과 실기시험으로 나뉘어 치러졌다. 각 시험을 반 이상 맞혀야 자격증이 부여된다. 온라인 시험까지 포함하면 세 단계나 통과해야 하는 셈이다. 필기시험은 치킨 브랜드와 메뉴에 관한 정보를 맞히는 문제가 주를 이뤘다. 듣기평가 세 문제도 포함됐다. 고난도의 영어듣기 문제가 나올 땐 한숨을 내쉬는 시험자들도 있었다.

실기시험을 위해 제공된 치킨. 기자는 실기시험 열 문제 중 두 문제만 맞혀 탈락했다.

실기시험은 치킨을 시식하고 어느 치킨인지 맞히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시식 치킨에 들어가지 않은 재료를 맞히는 문제도 있었다. 응시생들은 진중히 치킨의 냄새를 맡고 맛을 보며 문제를 풀어나갔다. 대학생 노경아(25, 여)씨는 "일주일에 한번은 치킨을 먹는데 실기시험이 너무 어려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노씨는 "치킨이 식어 있어 더 구별이 힘들었다"고 했다.

치킨무로 만든 '무르띠에' 액세서리

우아한형제들은 시험장 옆에서 치킨전(展)도 열었다. 치킨무로 만든 액세서리를 '무르띠에'라 하는가 하면 전기구이 통닭이 조리되는 장면을 상영하기도 했다. 크래프트 맥주 브랜드 '더부스'와 함께 만든 '치믈리에일' 시음회도 진행했다.배달 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이토록 치킨 마케팅에 힘 쏟는 이유는 치킨의 상징성 때문이다. 치킨은 '치느님'이라 불리며 배달음식의 대표주자로 자리잡았다. 배달의민족 전체 주문건수 중 치킨 주문건수는 30%에 육박한다. 월드컵 한국 경기가 있던 기간에는 전체 주문건수의 4~50%를 치킨 주문이 차지하기도 했다. 장인성 우아한형제들 브랜딩실 이사는 "많은 분이 기대하고 참가를 원하는 만큼 열심히 준비해 우리나라 치킨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의미 있는 행사이자 축제로 만들어가고 싶다"고 말했다.조한울 기자 hanul0023@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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