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국과 마찰 부르는 中 '남해구단선', 왜 억지를 부릴까?

(사진=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www.scmp.com)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베트남에 방문한 중국 관광객들이 중국이 일방적으로 남중국해에서 주장하는 영유권 표시선인 '남해구단선(南海九段線)'이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왔다가 입국심사장에서 해당 티셔츠를 압수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해구단선은 1940년대 중국이 일방적으로 선언한 남중국해 영유권 분계선으로 베트남 뿐만 아니라 필리핀,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대만,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대부분 국가와 분쟁 중인 사항이다.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외신들에 따르면 13일(현지시간) 베트남 남부 캄란 공항을 통해 입국하려던 중국 관광객들이 베트남 공항경찰에게 티셔츠를 압수당했다. 해당 중국관광객 14명은 등부분에 중국 본토와 남해구단선이 큼지막하게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왔다. 입국심사장에서 베트남 공항경찰은 관광객 인솔자에게 티셔츠를 벗을 것을 명령했으며, 해당 티셔츠도 압수해갔다. 이후 해당사건에 대해 베트남 네티즌들과 중국 네티즌들이 일제히 반발하며 논란이 심화되고 있다.베트남 공항경찰이 티셔츠 압수라는 강경책을 벌인 이유는 베트남 정부가 문제의 남해구단선을 놓고 중국정부에 계속 대치중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남해구단선은 중국이 일방적으로 주장하고 있는 남중국해에서의 중국 영유권으로 전체 남중국해의 90% 이상을 중국 영유권으로 분류한 분계선이다. 남해구단선이란 단어가 처음 나온 것은 1953년,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직후 중국이 새롭게 자국 지도를 만들면서 나왔으며 그 이후 중국은 타국과 어떠한 사전 협의나 협정없이 이 남해구단선이 자국 영유권이라고 '억지'주장을 펴왔다.

남해구단선(붉은선)과 동남아시아 각국의 200해리 배타적 경제수역(EEZ/파란선) 모습. 중국이 주장하는 남해구단선 내에 대부분 국가들의 배타적 경제수역이 포함돼 분쟁이 격화되고 있다.(자료=BBC///news.bbcimg.co.uk)

이 분계선은 본래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전 국민당 정부 시절인 1947년, 11단선이란 이름으로 만들어졌으며 당시 국민당 정부는 이를 정부 공식지도로 제작, 출판했었다. 현재 중국이 자국 영유권이라 주장하는 난사군도(南沙群島)를 포함해 남쪽 끝으로는 싱가포르 해역 일대까지 중국의 내해로 표기돼있다. 하지만 국제법상으로는 전혀 효력이 없는 일방적 선언이었다. 당시 동남아시아 일대 국가들은 2차 세계대전 직후라 아직 서구열강의 식민지 상태에서 벗어나기 전이었으며, 이들 국가가 독립된 이후에도 중국이 개별적으로 이들 국가와 해양분계선 획정에 나서지도 않았다.베트남은 1954년, 필리핀은 1945년, 말레이시아는 1957년, 인도네시아는 1949년 등 동남아시아 대부분 국가들은 중국이 남해구단선을 선언한 이후에야 독립했다. 이들 국가들의 해양분계선은 이전 식민지시대 서구국가들이 획정한 영역을 토대로 구축돼있다. 그러다보니 중국이 주장하는 남해구단선과 당연히 충돌할 수밖에 없게 됐다. 특히 중국은 1980년대부터 남중국해 일대 여러 자원이 많다는 보고가 나오고, 개혁개방이 시작되면서 인도양 항로 확충에 사활이 걸리자 국제법도 무시한채 남해구단선을 무작정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이 남해구단선 내에 만들고 있는 인공섬 중 일부 모습.(사진=위키피디아)

지난 2013년 1월에는 중국의 일방적 주장에 필리핀이 남해구단선 문제를 네덜란드 헤이그의 상설중재재판소(PCA)에 제소, 3년 후인 2016년 7월 PCA 판결에서 중국이 패소하기도 했다. 당시 PCA에서는 남해구단선이 영유권 근거로 삼을 법적 근거가 없으며 남해구단선 내 자원에 대한 중국의 권리 역시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중국이 남중국해 일대 건설 중인 인공섬도 필리핀의 주권을 침해한다고 판정했다. 미국과 일본도 국제판결에 따를 것을 종용했지만 중국은 이에 반발하며 더욱 강경대응에 나서고 있다.중국은 동남아시아 각국이 주장하는 200해리 배타적 경제수역(EEZ) 획정의 근거가 되는 유엔 해양법협약이 1982년 체결된 조약인만큼, 이보다 훨씬 먼저 선포한 남해구단선을 유엔 해양법이 제한할 수 없다고 억지를 부리고 있다. 남중국해 문제에는 동남아시아 국가들 뿐만 아니라 '항행의 자유 (freedom of navigation)'를 명분으로 한 미국과 유럽연합(EU), 호주 등 서구권에서도 개입하기 시작하면서 점차 판이 커지고 있다. 중국이 계속해서 강경대응으로 일관할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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