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한판만 더?'…눈 돌아가는 온라인 불법도박

소셜그래프, 5~10초마다 반복되는 게임에 순식간에 파산배당액 지나치게 클 땐 임의로 게임종료…대부분 돈 잃을 수밖에 없는 구조계좌 없는 청소년, 친구에게 현금 주고 대신 베팅 부탁하기도접속 주소와 입금 계좌 수시로 바꾸며 단속망 피해가기도

온라인 불법도박 게임인 '소셜그래프'가 성인은 물론 청소년에게 파고들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사진=게임 화면 캡처)

[아시아경제 이승진 기자] "이번이 정말 마지막 충전이다." 스스로 마지막임을 다짐하며 게임머니 충전을 위해 추가 입금했다. 하지만 10초마다 반복되는 게임 속에서 5분을 채 버티지 못하고 모든 돈을 잃었다. 지난해부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급속도로 퍼지고 있는 온라인 불법도박 게임 '소셜그래프'는 강한 중독성과 함께 불과 20여분 사이 10만원을 탕진하게 만들었다.소셜그래프는 페이스북 등 SNS에 수만건의 광고가 올라와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소셜그래프는 성인은 물론 청소년 사이에서도 최근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불법도박게임으로 자리 잡았다. 게임 방법이 매우 단순하면서도 자극적이어서 한번 빠지면 헤어 나오기 힘들지만 교묘히 단속망을 빠져나가며 날로 확장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18일 오후 기자가 페이스북 광고를 따라 접속한 소셜그래프 사이트에는 100명이 넘는 사용자들이 접속해 있었다. 게임 방식은 간단하다. 본인인증 절차 없이 가입을 하고 사이트에 적혀있는 계좌번호로 돈을 입금하면 게임머니가 충전된다. 이후 돈을 베팅하게 되면 그래프는 1에서 시작해 원금, 2배 등으로 우상향하는데 그래프가 원금을 넘어선 후 멈추기 전 '출금' 버튼을 누르면 돈을 딴다. 하지만 그전에 버튼을 누르기 전에 그래프가 멈추면 돈을 잃는 방식이다. 대부분의 게임이 5∼10초 사이에 끝난다. 그래프는 원금이 되기 전에 멈추기도 한다.첫 가입 시 충전한 3만원으로 3000원씩 베팅해 게임을 시작했다. 초반에는 2배, 3배의 돈을 따 원금이 금세 두 배 가까이 됐다. 자신감을 얻어 더 큰 이득을 얻고자 5000원을 베팅했지만 연이어 출금 버튼을 누르기도 전에 그래프가 멈추며 땄던 돈들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10분간 따고 잃고를 반복하다 모든 돈을 잃게 됐다. 게임을 그만 두려던 찰나 누군가 베팅금의 30배 넘는 대박을 터뜨리는 장면을 목격하게 됐다. 본전을 찾겠다는 생각과 대박의 유혹에 또 다시 게임머니를 충전했다. 하지만 결과는 또 다시 '깡통'이었다. 채팅창을 통해 대화를 나눈 한 이용자는 "병원비로 쓸 40만원을 모두 잃었다"며 "몇 판만 더 하다보면 대박이 터질 것 같다"고 말했다. 이틀 동안 150만원을 잃었다는 또 다른 이는 "많은 돈을 날렸지만 이제 게임 유형을 파악했다. 하루만 더 하면 본전은 찾을 수 있을 것 같다"며 강한 집착을 드러냈다.

매달 게임 접속 주소를 변경하고 이를 트위터 등 SNS에 공유하는 방식을 통해 단속망을 피해가고 있다. (사진=트위터 화면 캡처)

이 같은 불법 도박 게임은 스마트폰으로도 이용 가능해 청소년들 사이에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강남에서 중학교를 다니는 한 학생은 "반에서 한 두명 정도는 하고 있다"며 "일부는 게임을 하는 친구한테 현금을 주고 대신 베팅을 부탁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문제가 심각하지만 서버가 해외에 있는 경우가 많고, 수시로 사이트 주소와 입금 계좌를 바꿔 단속이 쉽지 않은 현실이다.박은경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팀장은 "현재 온라인 도박 문제의 경우 20∼30대가 전체의 60%를 차지하고 있지만 매년 10대의 비율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이가 갑자기 본인의 물건을 팔았다거나, 계좌에 반복되는 입출금 내역이 보이면 의심해야 한다"며 "아이가 도박에 빠졌다면 다그치기 보다 왜 도박에 접근하게 됐는지 경청하는 자세가 우선돼야 한다"고 조언했다.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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