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개지는 유럽]②돈으로 이룩한 결합, 돈 문제로 다시 이혼?…부유한 지역들의 반란

유로화(사진=위키피디아)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스페인의 카탈루냐, 바스크 지역을 비롯해 스코틀랜드, 이탈리아 북부 파다니아, 벨기에의 플랑드르 등 유럽 내의 분리독립을 추진하는 지역들은 한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돈이 많거나 자원을 가지고 있어 전체 국가 평균 이상으로 잘사는 지역들이란 것. 이들은 중앙정부에 대한 불신이 높고 자신들의 GDP가 가난한 지역으로 들어가길 원치 않는다는 공통점도 가지고 있다. 주로 강력한 중앙집권체제 내에서 장기간 단일왕조의 지배를 받아 국토 내 주민들의 일체감이 강하게 형성된 동아시아 지역들과 달리, 유럽 각국은 통일국가가 수립된지 이제 겨우 150년 정도 지난 나라들이 대부분이다. 독일은 1871년에 통일됐고 이탈리아 역시 1870년에야 통일됐으며 동유럽 국가들은 1918년 1차 세계대전으로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이 붕괴된 이후에야 독립해 나라가 생겼다. 20세기에 들어설 때까지도 유럽 대부분 지역에서 국가나 단일민족이란 개념은 희박했고 중세시대 내내 대부분 지역들은 각자 도시국가로 분리돼서 지냈다. 그러다보니 없는 일체감을 만들어내야 했던 국가들 입장에서는 경제적으로 부유한 지역과 가난한 지역간 격차를 줄이는데 노력할 수밖에 없었고, 이 과정에서 부유한 지역들의 재원이 많이 쓰이다보니 이런 지역들의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냉전체제가 종식되기 이전인 1990년대 초반까지는 공산권의 확대 우려와 동구권과의 냉전이 지속되면서 불만이 수면 아래에 가라앉아있던 상황이었다.

유럽 내에서 분리독립을 원하는 주요 지역들. 1번부터 영국 스코틀랜드, 2번 스페인 카탈루냐, 3번 스페인 바스크, 4번 벨기에 플랑드르, 5번 이탈리아 롬바르디아, 6번 프랑스 코르시카, 7번 유고슬라비아 코소보, 8번 영국 웨일즈, 9번 영국 북아일랜드, 10번 독일 바바리아(사진=아시아경제DB)

그러나 소련과 동구권이 붕괴됐고, 유럽 전체가 유럽연합(EU)라는 체제로 재편됐으며 각국의 국경 의미가 퇴색됐고 EU 회원국들간의 집단 안보정책이 이뤄지는 등 군사적 긴장감이 사라지자 분리독립운동은 봇물처럼 터져나왔다. 부유한 지역들이 더 이상 국가 일체감 형성을 위한 재원퍼주기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된 것. 유럽 내에서도 강력한 경제적, 문화적 영향력을 지닌 이 지역들은 자국을 탈퇴해 새로 연맹을 만들어도 EU 회원국으로 들어가면 안보상 큰 문제가 없다는 이점을 노렸다. EU 회원국이 되면 기존 중앙정부가 군사적 재합병 시도를 하기도 어려워지고 이웃의 다른 대국에 합병될 우려도 없기 때문이다. 새로운 지역이기주의가 시작된 것이다. 물론 카탈루냐나 바스크, 스코틀랜드처럼 문화적, 인종적, 역사적 차별성을 기반으로 한 분리주의 운동도 있지만 이탈리아의 파다니아 운동처럼 아예 극단적인 지역이기주의를 기반으로 한 분리운동도 펼쳐지게 됐다. 이탈리아의 경우엔 19세기 통일을 주도한 북부지역들이 다시 분리에 앞장서고 있다. 전반적으로 경기가 좋았던 2008년 금융위기 이전까지는 예산부담에 대한 불만 정도를 표명했던 것이 경제상황이 악화되자 분리주의로 격화됐다. 현재 분리가 가장 유력시 되는 곳은 스코틀랜드다. 스코틀랜드는 북해 유전을 놓고 분리를 희망하고 있으며 브렉시트에 반대해 다시 EU로 복귀를 희망하고 있다. 스코틀랜드가 완벽히 영국과 분리에 성공하면 이후 도미노처럼 유럽 각국으로 분리주의가 퍼져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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