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수기자
금보령기자
이승진기자
24일 서울로7017에 설치된 몽골텐트 안에 한 시민이 앉아 있다.
덕을 본 것은 주변 건물주들이다. 서울로7017과 연결다리를 개설한 한 호텔은 최근들어 거의 매일 만실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인들에게 서울 도심 주요 관광지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숙소로 소문이 났기 때문이다. 서울로와 인접한 지역의 주택 가격과 상가 임대료도 계속 오르고 있다. 서울로 출입구에서 약 300m정도 떨어져 있는 한 아파트는 전용면적 59.94㎡(24평) 형이 최근 8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9월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인 5억8261만원을 훨씬 웃도는 금액이다. 인근 공인중개사는 "서울로가 생기면서 프리미엄이 붙어 인근에서 가장 아파트 가격이 비싼 마포구 공덕동의 최고가와 비슷해졌다"며 "1년 전 상가 임대료가 월 70만~100만원 선 이었던 것이 현재 150만원까지 치솟았다"고 설명했다.일명 '중리단길'로 불리는 중림동 거리.
소상공인ㆍ서민들은 쫓겨나고 있다. 최근 만리동 소재 한 식당은 집 주인이 월 임대료를 50% 인상해달라는 요구를 견디지 못해 신당동으로 터전을 옮겼다. 만리동에서 카센터를 운영하던 서모(45) 씨도 올해 1월 설을 쇠고 돌아 온 직후 건물주로부터 '나가라'는 통보를 받았다. 임대기간이 3년6개월이나 남았지만 이유도 제대로 듣지 못했다. 만리동에서 15년 넘게 오토바이 수리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선용(49)씨는 내년이 걱정이다. 김씨는 "재계약을 해야 하는데 임대료를 높여달라고 할 것 같아 답답하다"고 토로했다.세운상가와 대림상가를 연결하는 '다시세운보행교'가 50년만에 새로 개통됐다.
최근 '다시ㆍ세운 프로젝트'를 통해 리모델링 후 개장한 세운상가의 경우 비록 시가 주도해 당분간 임대료 인상 폭을 연 9% 이내로 제한하겠다는 협약이 체결됐지만 상인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세운상가에서 만난 한 임대차 상인은 "15년 함께했던 건물주가 얼마 전에 가게를 젊은 사람한테 팔았는데 여기에 직접 들어올 사람은 아닌 것 같다"며 "내년 초 계약 기간이 끝나는데 임대료를 크게 올려달라고 할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경의선 숲길 연남동 구간. 경의선 지하화로 인근 아파트 값이 5000만~1억원 가량 상승했다.
경의선숲길 개장ㆍ공항철도 개통과 함께 급격히 상업화된 연남동 일대도 마찬가지다. 서울연구원의 최근 연구 결과 연남동 일대 부동산 가격은 2013년 이후 두 배 가량 상승했고, 상가 임대료도 세 배 이상 오른 곳도 수두룩하다. 2013년 초 이곳 상가 임대료는 ㎡당 2만4000원이었지만 올해 2분기 현재 3만6000원으로 50% 이상 뛰었다. 반면 식당ㆍ카페가 늘어나는 등 상업화 및 유동인구 증가 등 주거 환경이 악화되면서 거주인구 숫자는 감소하고 있다. 이와 함께 성수동 수제화ㆍ카페 골목, 서울숲 인근, 성곽마을 등 도시재생ㆍ개발 프로젝트들이 진행된 지역에서도 유사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대규모 공공도시재생사업 지역의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은 신촌ㆍ홍대ㆍ가로수길ㆍ경리단길 등 자연스럽게 상권의 이동ㆍ활성화로 인해 발생한 상업 젠트리피케이션과 성격이 다르다. 공적 재원을 투입한 공공개발 사업이 의도와는 달리 오히려 빈부 격차의 심화를 조장하고 있다는 점은 큰 문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는 "공적 재원이 투입된 도시재생사업 때문에 원 거주자들이 내쫓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개발이익을 주민에게 환원하고 재투자하도록 하는 한편 관계 법령을 개정해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는 지자체가 임대기간 보장ㆍ임대료 상한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권한을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금보령 기자 gold@asiae.co.kr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