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경, 지난 4월 대법원으로부터 부과금액 126억원 확정받아...하지만 민간 피해 보상액이 국제기금상 피해 보상 한도 초과...'후순위' 밀려 징수 불가능해져
[이미지출처=연합뉴스]문재인 대통령 태안 유류 오염사고 10주년 기념식 방문.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북핵 사태에도 불구하고 10주년 기념식에 전격 참석해 화제가 된 태안 유류 오염 사고의 여파가 여전하다. 우리 정부가 2007년 충남 태안 앞바다 '허베이스피리트호' 기름 유출 사고 당시 지출한 방제 비용 161억원을 결국 돌려받지 못하게 된 것으로 확인됐다.24일 해양경찰청에 따르면, 해경은 당시 사고를 낸 허베이스피리트호의 선주 '허베이 스피리트 시핑(HEBEI SPIRIT SHIPPING co. Ltd)' 측에 지난 2008년 161억원의 방제 비용을 부과했지만 허망한 법정 다툼 끝에 최근 아예 징수가 불가능해진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고는 우리나라 사상 최악의 해양 오염 사고다. 이 배가 크레인과 충돌하는 바람에 원유 약 1만900t 가량이 유출됐다. 충남, 전남 일대 서해 바다 대부분이 오염돼 자원봉사자 123만명이 갯벌에서 기름을 걷어내고 바위를 닦았다. 태안이 한국 자원봉사의 성지로 자리잡은 계기가 됐다. 두 달 동안 방제에 투입된 배만 연 1만1600여척이었다.
해경도 당시 보유하고 있던 18척의 해양오염방제선 등 인력ㆍ장비를 총 동원했다. 오일펜스, 흡착제, 유처리제, 일회용 보호장비 등 소모성 장비들이 수없이 투입됐고, 유회수기ㆍ수상 함정ㆍ항공기 등 장비를 운용하느라 들어간 기름값도 엄청났다. 이에 반해 해경이 청구한 금액 161억원은 장비 감가 상각비ㆍ기본 인건비 등을 제외한 '실비' 수준에 불과했다. 다른 나라들이 '오염 원인자 비용 부담' 원칙에 따라 장비 관리비ㆍ항공기 선박 운용비까지 철저히 따져서 받는 것에 비하면 약 30% 수준에 그친다.
하지만 선주 측은 이에 불복했고, 이후 지리한 소송전이 벌어졌다. 2003년 1월 끝난 사정 재판에선 선주 측이 147억600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왔지만 양측이 항소해 소송이 이어졌다. 결국 대법원이 지난 4월28일 선주 측이 해경에 126억7400만원을 지급하라고 최종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이같은 10년에 걸친 소송 전쟁은 결국 아무짝에도 쓸데없는 소모전에 불과했다. 유류오염사고에 대한 국제적 손해 배상 기준에 의해 선주ㆍ국제기금이 부담하는 피해 보상액의 총액이 일정 한도 이하로 제한돼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유류오염사고 피해 보상 규모는 1992년 국제해사기구에서 조성한 '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에서 결정한다. 1차적으로 선주가 보상할 수 있는 최대 금액을 1422억원으로 정해 놓았다. 국제기금을 통한 2차 피해 보상 규모까지 포함해도 최대 3216억원까지만 책임지도록 제한돼 있다. 최대 1조1882억원까지 책임지도록 하는 추가기금(국제보충기금협약)이 2003년 조성됐지만 태안 사고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그러나 이미 우리나라 법원을 통해 확정된 어민 등 민간인들의 피해 보상액만 4323억원으로 국제기금의 책임한도액 3216억원을 1100여억원 가량이나 초과한 상태다. 정부도 이에 2008년 3월 '허베이스피리트 유류오염사고 피해주민의 지원 및 해양환경의 복원 등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해 초과액은 국가에서 보상키로 결정한 바 있다. 특히 2008년 8월엔 '유류오염사고특별대책위원회'를 통해 민간 피해 보상을 최대한 보장해주기 위해 정부ㆍ지자체가 받아야 할 돈을 후순위로 받기로 결정했다. 당연히 해경이 선주 측에 청구한 방제 비용도 '정부 채권'에 포함되기 때문에 '후순위'로 밀렸다. 결국 민간의 피해 보상액이 국제기금 책임한도액을 초과하면서 사실상 징수가 불가능해지고 말았다.이미 태안 사고와 관련된 피해민 배상·보상은 지난해 11월 기준 99.9% 종결되는 등 사실상 완료된 상태다. 태안군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0일 기준 법정 소송 중인 허베이호 사과 관련 태안군 채권 2만 5735건 중 2만 5710건이 1심에서 종결돼 99.9%의 종결률을 기록했다. 항소 2210건 중 2009건이 마무리됐으며 현재 201건은 2심만 진행 중이다.
해경 관계자는 "정부채권의 순위가 피해주민보다 후순위로 결정됐기 때문에 향후 정부 방침에 따라 해경의 방제 비용 정리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정부가 어차피 받지 못할 방제비용을 둘러싸고 9년간 소송을 벌여 괜히 법률비용만 낭비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해경은 태안 사고 10년이 다 되어서야 최근 시행 규칙을 바꿔 이달부터 해양오염 원인 제공자에게 부과되는 방제 비용을 최대 3배 인상하는 등 현실화했다. 항공기 선박의 감가 상각비와 정규 근무 시간 인건비 등도 부과하기로 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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