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배 만들면 겨우 1% 남아' VS 철강 '후판사업만 적자'

조선 "인상안돼"-철강 "인상해야" 후판 가격 인상 놓고 줄다리기 조선사들간 공동구매 하려해도 수주 부족해 불가능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배 한 척 만들어봐야 1% 남는데 후판 값 올리면 바로 적자납니다" (조선사) "사업 부문 중에 유일하게 후판에서만 적자가 나는데 이대론 물건을 팔수가 없습니다" (철강사) 선박을 만드는 후판을 두고 조선사와 철강사 간 '적자 논쟁'이 치열하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양측 간 밀고 당기기 때문에 올해 후판가 협상은 9월이 되도록 '진행형'이다. 후판 가격 협상은 보통 상하반기로 나눠 두 번 한다. 철강사들은 적자 폭을 줄이려 상반기에 후판 가격을 소폭 인상한 바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하반기 추가 인상을 저지하려는 조선사들 때문에 이런 분위기면 언제 협상이 끝날지 예측 조차 하기 힘들다"라며 "포스코, 현대제철과 줄곧 만나긴 하지만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조선사들이 후판 가격 추가 인상을 막으려 하는 건 당장 적자로 전환 될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조선사들이 선박을 건조해도 한 척 당 영업이익률은 1~2% 수준이다. 올해 우리나라 대형 조선사들이 가장 많이 수주한 초대형유조선(VLCC)만 해도 선가는 현재 8000만달러(한화 900억원) 선에서 꼼짝도 안하고 있다. 단순계산하면 VLCC 한 척을 건조해도 조선사들의 남는 이익은 9억~18억원이다.  VLCC 척 당 투입되는 후판량은 3만t 정도다. t당 5만원씩만 올려도 15억원이 비용으로 더 들어가는 셈이다. 한 대형조선사 관계자는 "지금도 빠듯한데 후판 가격을 올리면 배를 만들수록 적자를 내게 된다"며 "영업이익이 줄어들면 구조조정을 하는 것밖엔 살아남을 방법이 없다"고 우려했다. 조선3사는 올해 겨우 흑자를 내고 있다. 3분기 예상영업이익은 현대중공업 1023억원, 삼성중공업 368억원 수준이다.  철강사들도 속사정은 있다. 전체 영업이익은 이상 없지만 후판 사업 부문은 고전 중이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고로에 들어가는 원재료인 철광석, 유연탄 값이 폭등하면서 열연, 냉연 가격은 꾸준히 올렸다. 그 와중에도 후판만은 예외였다. 후판 영업 직원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조선업이 워낙 어려워 밀린 대금이나 받을수 있을지 몰라 전전긍긍한 것이 사실이나 올해부터는 수주가 살아나고 있는 분위기"라며 "철강사들도 손익분기점은 맞춰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조선업이 어려워지기 시작한 최근 3년간 t당 70만~100만원을 유지해 왔으나 더이상 가격인상을 미룰 수 없다는 게 철강사들의 호소다. 2년전 대우조선해양은 STX조선해양과 함께 후판 공동구매를 추진한 바 있다. 현대중공업이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과 함께 후판 구매를 하는 덕분에 다른 조선사들보다보다 더 저렴한 가격에 후판을 살 수 있는 것과 같은 원리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후판 가격 협상의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고려 할 수 있는 방법이긴 하지만 중소형 조선사들의 일감이 씨가 말라 공동구매할 양 조차 없어 현재는 실현 가능성이 높진 않다"고 말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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