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할 및 분할합병안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가운데)이 지난 2일 롯데월드타워에서 임직원들을 만나 격려하고 있다.(사진=롯데그룹 제공)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롯데그룹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 결정으로 신동빈 회장 경영권에 더욱 힘이 실렸다.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일부 소액주주가 제동을 걸고 있지만 영향력은 미미하다.30일 롯데에 따르면 롯데제과, 롯데쇼핑, 롯데푸드, 롯데칠성음료 등 롯데그룹의 유통·식품 부문 4개 계열사는 오는 10월 '롯데지주 주식회사'를 출범시키기 위한 실무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전날 임시주주총회로 지주사 전환의 절차상 문제가 해결됐다. 4개사는 29일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회사 분할 및 분할합병 승인 안건을 통과시켰다. 앞으로 이들 4개사는 투자와 사업 부문으로 각각 나뉜다. 이 중 롯데그룹의 모태인 롯데제과를 중심으로 각 회사의 투자 부문이 합병, 오는 10월 초 롯데지주 주식회사가 출범하게 된다. 신동빈 회장과 황각규 경영혁신실장(사장)이 롯데지주 주식회사의 초대 공동대표 자리에 앉을 것으로 알려졌다.롯데지주 주식회사는 자회사 경영 평가, 업무 지원, 브랜드 라이선스 관리 등을 맡는다. 중장기적으론 현재 한국 롯데의 지주회사격인 호텔롯데와 다시 합병 등을 거쳐 완전한 그룹 지주회사 형태를 갖출 전망이다.지주회사 체제 전환 시 롯데제과 등 4개 회사가 상호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 지분 관계가 정리된다. 롯데는 2015년 416개에 달했던 순환출자 고리를 순차적으로 해소해 현재 67개로 줄였다. 이번 분할합병으로 순환출자고리는 18개까지 감소할 예정이다.
그동안 롯데는 복잡한 순환출자 고리로 인해 지배구조가 불투명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번 지주사 전환으로 경영 투명성과 주주가치를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많다.신 회장 체제도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그룹 전체에 대한 신 회장 지배력이 한층 강화되고 '롯데는 일본 기업'이란 이미지도 상당 부분 희석될 수 있다. 신 회장은 향후 사업회사의 주식을 지주회사에 현물 출자하고 지주회사가 발행하는 신주를 배정받는 주식 스와프(교환) 과정을 통해 지주회사의 대주주가 될 예정이다.이번에 롯데 4개 계열사가 주총을 통해 결의한 회사 분할 및 분할합병안은 주총 특별결의 안건이어서 일부 소액주주 반대 시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있었다. 전체 주주 중 절반 이상이 출석해야 하고 참석 주주의 3분의2 이상, 전체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1 이상이 안건에 찬성해야 하는 등 조건이 까다로웠기 때문이다.그러나 4개 계열사에 대한 신 회장 측 우호지분이 워낙 견고해 해당 안건은 대부분 계열사에서 참석 주주의 90% 가까운 압도적 찬성표를 받아 통과됐다. 계열사별 찬성률은 롯데제과 86.5%, 롯데쇼핑 82.2%, 롯데칠성음료 88.6%, 롯데푸드 91% 등이다.주총에서 신동주 전 부회장이 제안했던 분할 및 합병 수정안도 표결했으나 부결됐다. 신 전 부회장 측은 분할 합병에서 롯데쇼핑 제외를 주장했다. 이는 자신의 영향력 감소를 최소화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신 전 부회장은 지난 2월 차입금 상환 등을 이유로 롯데쇼핑 주식 173만883주를 매각했다. 지분율은 14.83%에서 7.95%로 쪼그라들었다. 기존엔 신동빈 회장(13.46%) 보다 롯데쇼핑 지분율이 우위에 있었다. 반격 시도가 무위에 그치면서 신 전 부회장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게 됐다. 소액주주연대모임까지 나서 지주사 전환에 제동을 걸었지만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 신 전 부회장 측은 "곧 주주총회에 대한 입장을 내놓겠다"며 "무한주총 전략 등 앞으로도 기존에 해온 방법들을 총동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소액주주연대모임 측도 법적 대응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오종탁 기자 tak@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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