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공식 입장 표명 자제, 후폭풍 예의주시총수 대신 전문 경영인 체제 지속…경영 계획 보수화될 듯외국 자본 목소리 확대…배당 확대 등경영 간섭 우려
[아시아경제 강희종 기자]"이재용, 정유라 승마 72억원 뇌물 공여 인정"지난 25일 서울 서초동 중앙지방법원 1층에서 TV를 통해 뉴스를 지켜보던 삼성 관계자들은 법원이 삼성의 정유라 승마지원을 유죄로 인정했다는 속보를 보자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후 삼성 관계자들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실형을 예상한 듯 하나둘씩 자리를 떴다. 이 부회장에 대한 법원의 최종 선고는 징역 5년.이번 선고에 대해 삼성측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삼성 측 변호사가 법원 선고를 인정할 수 없다며 "즉시 항소"의사를 밝혔을 뿐이다.삼성 관계자들은 1심 선고에 대해 입장 표명을 극히 자제하고 있으나 앞으로 불어 닥칠 후폭풍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1심 재판부가 이 부회장에 대해 유죄를 인정한 이상 삼성그룹 각 계열사의 경영이 더욱 움츠러들고 보수적인 경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총수 부재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해외자본의 목소리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26일 재계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이 와병중인 상황에서 이재용 부회장마저 법정 구속되면서 그동안 삼성을 이끌었던 총수 일가의 강력한 리더십이 흔들릴 위기가 처했다"며 "이 틈을 타서 해외 투기 자본들이 삼성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려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삼성 리더십 위기…해외 투기 세력 목소리 높아지나=삼성전자는 그룹의 삼성물산이 4.57%, 삼성생명이 8.13%를 소유하고 있으며 이건희 회장이 3.82%, 홍라희 여사 0.83%, 이재용 부회장 0.64%의 지분을 갖고 있다. 이 부회장의 직접 지분은 많지 않지만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 지분 17.08%를 소유한 대주주로 간접적으로 삼성전자를 지배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또한 삼성생명 지분 19.34%를 통해 삼성전자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삼성 서초타운 전경
이건희 회장이 2014년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이후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전자 그룹 전반을 챙기며 해외 기업 인수합병(M&A)이나 대규모 투자 등 주요 현안의 의사 결정에 참여했다. 지난해 11월부터는 이사회 이사로 참여하면서 책임 경영의 의지를 보였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이후 해외 주요 투자자들을 만나며 신뢰 회복에 주력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그런데 이 부회장에 대해 실형이 선고됨에 따라 앞으로 이러한 의사결정 구조에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부회장은 재판에 전념함에 따라 수시로 그룹 현안을 챙기기 어렵게 됐다. 대신 전문경영인의 역할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문제는 이 부회장의 '뇌물죄'를 문제 삼아 해외 투기 자본의 목소리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외국 자본들이 이 부회장의 부패 혐의를 문제 삼아 이사회 자격 박탈하고 대신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인사를 이사회에 포함시키도록 요구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실제로 삼성전자 주식을 대량으로 소유한 외국 투기 자본들은 수시로 삼성전자 경영에 간섭해왔다. 지난해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주주 제안의 형식을 빌어 삼성전자의 지주사 전환, 나스닥 상장, 30조원 규모의 특별 배당 등을 요구하기도 했다.◆엘리엇·더캐피탈그룹 등 경영 간섭 노골화하나=미국 자산운용사인 더캐피탈그룹컴퍼니는 삼성전자 지분을 5.24%까지 끌어모으며 어느새 3대 주주의 자리를 꿰찼다. 더캐피탈그룹은 아직 이렇다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다. 하지만 이 부회장에 대한 실형 선고는 해외 투기자본이 삼성전자에 대한 경영 간섭을 노골화하는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삼성전자는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요구에 따라 그동안 배당 성향을 확대하는 등 주주친화적인 정책을 확대해 왔다. 올해에도 40조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과 분기별 배당 계획을 발표, 실행하고 있다. 이 같은 정책들의 수혜는 대부분 외국 자본에 돌아가고 있다. 앞으로 해외 자본들은 삼성전자에 대해 배당을 확대하는 등 주주친화 정책을 더욱 강화할 것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삼성의 투자 여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번 이 부회장에 대한 실형 선고로 해외 자본들은 삼성전자의 지배구조에 대해 다시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지난해 삼성전자에 대해 지주사 전환을 요구한 바 있으나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지난 4월 지주사 전환 계획을 백지화한 바 있다.하지만 이 부회장 실형으로 지난해 11월 등기이사 등재 후 추진했던 '오너의 책임 경영'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외국 자본들이 대안 제시를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실형 선고로 총수 부재 상황이 장기화된다면 외국계 펀드들의 경영 간섭이 빈번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강희종 기자 mindl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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