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 대부 레이 달리오, 미국 정치 상황 고려해 투자 방어태세로 전환트럼프, 北 김정은과 갈등 고조에 인종차별 묵인 태도 보이며 혼란 키워증시 하락반전에 美주식펀드 9주째 순유출…"과대평가된 시장" 평가도
레이 달리오. (사진=CNBC방송 캡처)
[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세계 최대 규모의 헤지펀드인 브리지워터 설립자 레이 달리오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촉발한 정치 불안이 금융 시장을 억누를 것이라고 전망하며 방어적인 투자 자세로 전환했다. 2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달리오는 트럼프 대통령이 촉발한 국내외적 갈등과 분열, 긴장 조성이 시장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과 '말 전쟁'을 벌이며 극한 대립을 하고 있는 상황인데다 지난주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의 백인우월주의자들의 시위에 대해 대통령이 애매한 입장을 보이며 인종차별을 묵인하고 있는 비판이 커지면서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달리오는 이런 상황 속에서 공화당과 민주당 지지자 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도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치권이) 화해보다는 죽기 살기로 싸울 가능성이 더 큰 상황이 됐다"며 정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달리오는 "브리지워터는 이런 갈등히 원만하게 다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리스크를 줄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달리오는 미국이 처한 정치적 갈등과 위기가 통화·재정정책보다 경제 전반에 더 큰 파급을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달리오는 당초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기대감을 나타내며 투자에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지만 정치적 불안에서 오는 시장의 우려에 결국 방어적인 자세로 선회했다. 스탠더드앤푸어스(S&P)지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세금 감면과 인프라 투자 확대 정책 등에 힘입어 올들어 꾸준히 상승했고 지난 8일 사상 최고점을 찍었다. 그러나 이후 시장은 북한 위협이 고조되고 트럼프 대통령이 인종차별 논란을 일으키며 경제자문단이 대거 사퇴, 결국 해체에 이르자 하락 반전하며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FT는 1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운영하고 있는 달리오를 포함한 많은 전문가들이 정치 혼란으로 인한 시장의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고 전했다. 퍼싱 스퀘어의 빌 애크먼과 세계 최대 채권투자사 핌코의 댄 이바신은 최근 불안한 시장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헤지 수단을 매수했다고 밝혔다.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생명 수석 경제고문은 "여러 척도를 볼 때 과대평가된 시장이 아니라고 말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씨티그룹의 매트 킹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자산 축소 방침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 아직은 낙관적이지만 오래 지속되기는 힘들 것이라며 "중앙은행의 자산 매입은 실물경제보다는 자산 가격에 훨씬 강력한 충격을 미쳐왔다"고 강조했다. 이머징마켓포트폴리오리서치(EPFR)가 집계한 미국 주식펀드 현황에서 최근 9주 연속 자금이 유출되고 있고 이 기간 순유출이 총 40억달러에 달하는 점도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주요 통화대비 달러화 가치도 올 들어 9% 가까이 하락했다. FT는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각종 정책 수혜를 많이 받을 것으로 전망되는 중소형주의 주가가 이달 들어 5% 가까이 하락한 점에 주목하며 글로벌 주식 시장이 흔들렸던 2016년 초 이래 최악의 실적을 나타낼 수 있다고 분석했다.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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