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한 詩]달래나 주지 달래나/장석원

  그 바다를 잊지 않겠어요 바다에서 나눈 사랑 무서워서 그 바다에 놓아 버린 사람  오늘 물빛 언덕 위로 달이 오르는데 돌아온다고 하는데 물로 둘로 갈라져 버리고 나를 버리고 달아나는 달아 달아 달아 나는  일렁이는 바다 이랑 밀려오고 이랑 너울 인다 사랑 후에 달이 돌아올 때까지 바다가 나를 녹일 때까지 바다에 내가 휩쓸릴 때까지 나는 닳아 가는 돌  가슴 너머로 달아 돌아오는 달아 내 몸에 가라앉은 너랑 너랑 구르는 몽돌의 정갈한 이마처럼 쟁강거리는 사랑 파랑 파랑 돌아온 나의 사랑 너랑 다시 울기 위해 나는 그 바다에 뛰어들어 물거품이 되겠어요
 ■이 시의 압권은 단연 리듬이다. 첫 단어부터 마지막 단어까지 단숨에 쭉 읽힌다. 그런데 '읽히다'는 '읽다'의 피동사 혹은 사동사다. '읽히다'가 피동사든 사동사든 그 주체는 '나' 즉 읽는 사람이 아니다. 나는 여기에 쓴 사람까지 포함시키고 싶다. 시인이든 독자든 리듬 앞에서는 주체가 될 수 없다는 의미에서다. 나는 감히 상상해 본다. 첫 번째 연의 의미를 분명히 하기 위해서는 "놓아 버린 사람" 앞에 '나를'을 명기하거나 '내가'라고 쓰거나 마지막 단어 "사람"에 조사 '-을'을 적거나 여하튼 세 가지 방법이 있다. 그런데 시인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아니 그럴 수 없었다고 보는 게 맞을 듯하다. 왜냐하면 어떤 식이든 리듬감을 훼손하기 때문이다. 무책임해 보이는가? 나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 시는 도무지 어찌해 볼 수 없는 어떤 운명에 대해 쓰고 있는데, 그것은 궁극적으로 사랑이기 때문이다. 이 시는 "돌아온 나의 사랑 너랑 다시 울기 위해" '나'를 소멸시키고자 하는 리듬으로 충만하다. 채상우 시인<ⓒ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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