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人]불황속 백화점 화장품 구원투수…'트렌드 세터'라 불러주세요

백화점 3사 자체 화장품 편집숍 바이어들[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헬스앤뷰티(H&B)전문점이 우후죽순 늘어나는 데 이어 온라인 쇼핑몰, 편의점까지 화장품 판매 확대에 나서는 추세다. 백화점과 화장품 단일 브랜드 매장 등 전통의 강자들은 위기 의식을 느낄 수밖에 없다. 신흥 유통 채널보다 더 많은 고객 끌어모으는데 매진하는 것은 당연지사. 특히 백화점은 특유의 '직원-소비자 대면 접촉', '프리미엄' 등 강점을 앞세워 뷰티 최강자로서의 입지를 회복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 최일선에 백화점 자체 화장품 편집숍 바이어들이 있다.

 ◆"콧대 높게 앉아만 있어선 안돼"=롯데백화점의 자체 화장품 편집숍 '라코스메띠크'를 꾸리고 있는 김소정 바이어(사진)는 화장품 시장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바이어는 "화장품을 구매할 수 있는 채널이 점점 더 다양해지는 추세"라며 "소비자들은 각자의 소비 패턴에 맞춰 같은 브랜드 화장품이라 하더라도 여러 채널에서 구매를 시도한다"고 설명했다.  이제는 바이어가 그저 '백화점으로 화장품 사러 오는 고객을 어떻게 맞을까' 하는 인식 수준에 머물러선 안 된다고 김 바이어는 강조했다. 한 발 앞서 백화점 화장품 구매의 장점이 무엇인지 연구하고 고객들에게 어필해야 한다는 것.  실제로 김 바이어는 일하면서 경쟁사 동향보다는 소비자들의 니즈(needs) 등 전반적인 트렌드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롯데백화점이 꼽은 최근 화장품 소비 트렌드는 '나를 위한 현명한 소비'다. 김 바이어는 "화장품 브랜드들의 신제품을 보면 메이크업 팔레트 등 정형화된 제품이 아니다"라며 "'나에게 어울리는 컬러 톤으로 조합할 수 있는 제품' '내가 만들어 쓰는 에센스' 등 화장품을 직접 쓰는 고객이 스스로 활용할 수 있게 배려한 것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런 측면에서 라코스메띠크는 고객이 화장품 브랜드들을 직접 고를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자 한다. 동시에 화장품 관련 상담에 능숙한 직원들이 고객과 일대일로 만나도록 했다. 애초에 유경험자를 직원으로 채용하고 브랜드 신제품이 입고되면 교육을 통해 고객 질문에 막힘 없이 답할 수 있도록 운영ㆍ관리한다. 김 바이어에게 하루 중 가장 중요한 일정은 신규 브랜드와의 미팅이다. 온라인 등에서 '핫'하거나 고객 수요가 있는 브랜드 관계자들과 입점 논의를 하는 시간이다. 김 바이어는 미팅을 진행하면서, 특히 H&B스토어와 달리 브랜드의 정체성을 살려줄 수 있는 백화점 내 적정한 공간을 구상하는 데 집중한다고 말했다.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프리미엄'=현대백화점도 화장품 편집숍 '앳뷰티'를 운영하고 있다. 치열한 화장품 유통 시장에 대한 앳뷰티의 공략법은 '프리미엄'이라고 이대건 바이어(사진)는 밝혔다. 그는 "스파, 뷰티 디바이스, 오가닉, 디톡스 등 4개 코너로 구성된 매장에서 이제껏 국내에 없던 프리미엄 브랜드들을 한눈에 만나볼 수 있다"며 "특히 사용 경험 전달이 필수인 뷰티 디바이스 판매의 경우 타 채널에 비해 확실히 서비스가 뛰어나다"고 자부했다. 현대백화점은 2015년 8월 판교점을 시작으로 목동점, 대구점에 잇따라 연 앳뷰티를 향후 더욱 늘려 나갈 예정이다. 이 바이어는 다양한 경쟁 유통 채널 중에서도 특히 온라인 쇼핑몰이 위협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온라인 시장 확대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며 "이를 인정하면서도 현대백화점만의 강점을 지속적으로 부각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앳뷰티 구매 고객의 절반 이상은 20ㆍ30대다.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고객들 마음을 사로잡으려면 하루도 느슨하게 있을 수 없다. 이 바이어는 매일 아침 출근해 매출을 확인하고 각 점포별 특별한 이슈를 파악한다. 이어 신규ㆍ기존 브랜드 관계자들과 만나 판매 제품이 고객 취향에 부합하는지를 따져본다.

 ◆PB 선보이며 고객 발길 되돌리기=신세계백화점은 화장품 편집숍 '시코르'를 지난해 말 처음 선보였다. 롯데백화점(2014년), 현대백화점(2015년)보다 늦게 뛰어들었지만 벌써 자체브랜드(PB) 상품을 만드는 등 적극 고객몰이 중이다. 올해 시코르 바디를 올해 부산 센텀시티점에서 론칭한 것을 시작으로 PB 상품을 더욱 늘릴 방침이다.  시코르에서 신세계백화점의 화장품 판매 전략을 짜고 있는 박현정 바이어(사진)는 "화장품의 온라인 거래, 해외 직접구매가 보편화하고 다양한 로드숍들이 등장하면서 백화점의 입지가 많이 좁아진 게 사실"이라며 "시코르 입점 브랜드들과 함께 젊은층을 중심으로 한 신규 고객 유치에 전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달라진 유통 환경에서도 변하지 않는 백화점의 강점은 역시 고품질 서비스다. 박 바이어는 "고객들에게 VIP 초대회, 뷰티 클래스, 스킨 케어, 매장 상담 등 서비스를 제공해왔다"며 "최근엔 단독 상품 출시, 신제품 선출시 등 상품 차별화에도 신경 쓴다"고 전했다. 이 밖에 시코르는 고객들을 겨냥해 유명 유투버ㆍ블로거 등 소셜 인플루언서(Social Influencerㆍ1인 방송, 블로그 등을 운영하며 영향력을 발휘하는 개인)들을 프로모션에 활용하고 있다. 오종탁 기자 tak@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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