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말 롯데백화점 '블랙 슈퍼 쇼'가 마지막"상생위해 불가피" vs "中企 브랜드 재고 처리 난항" 주장도
2015년 10월 일산 킨텍스에서 개최된 롯데백화점의 출장세일 현장 모습.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백화점업계의 '재고 소진'을 위한 연례 세일 행사이던 '출장 세일'이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소상공인 및 골목상권 보호를 외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이를 뒷받침하는 정치권의 지원이 이어지면서다. 상생을 위해 불가피하다는 평가도 있지만, 오히려 중소기업 브랜드의 재고를 늘려 실적 악순환에 빠지게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ㆍ현대 등 백화점업체들이 외부 대형 특설매장을 통해 일정 기간 패션, 잡화, 리빙 등 다양한 제품을 높은 할인율로 판매하는 이른바 출장 세일이 지난해 7월 이후로 1년여간 단 한 차례도 개최되지 않았다. 작년 7월 말 롯데백화점이 일산 킨텍스에서 530억원어치 물량을 판매한 '블랙 슈퍼 쇼' 행사가 마지막이었다. 현대백화점의 '더 블랙 위크' 등 대형 외부 할인 프로모션은 잠정 중단된 상태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10월에도 이 같은 행사를 마련하려 했지만 앞서 개최된 국정감사에서 인근 소상공인에게 피해가 간다는 지적이 일자 계획된 일정을 전면 취소한 바 있다.게다가 지난 3월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출장 세일을 금지하는 내용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면서 업계는 관련 행사 개최를 완전히 포기한 듯한 모습이다.개정안은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등 대규모 점포와 전통상업보존구역 내 기업형슈퍼마켓(SSM)이 점포 등록 소재지 외의 장소에서 영업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현재 해당 개정안은 산자위에 계류 중이다. 이 같은 행사를 통해 기대할 수 있는 매출은 100억~200억원 수준으로 대형 백화점업체 연매출의 0.1%에 못 미치는 금액이지만 내부 할인 프로모션 대비 재고 처리 효과는 컸다. 물리적으로 백화점이 아닌 외부에서 진행되는 행사인 덕에 기존 고객들이 가격 인하에 대해 느끼는 저항감이 낮을 뿐 아니라 행사 비용을 모두 백화점 측이 부담하기 때문에 각 브랜드 입장에서는 판매 마진을 줄이더라도 재고를 한꺼번에 처분할 기회가 됐다. 특히 출장 세일 행사가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사태 당시 각 브랜드의 판매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처음 등장했다는 점을 상기하면 단기적 효과를 가늠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행사가 전면 중단되면서 각 업체는 현재 온라인 및 내부 행사를 통해 재고를 소화하고 있다. 매출 비중이 높지 않아 백화점 입장에서는 큰 타격으로 볼 수 없지만, 각 브랜드는 처한 상황에 따라 내부적으로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실제 출장 세일을 통해 백화점에서 판매되는 제품의 80% 안팎이 중소기업 제품이다. 현재까지 업계와 소상공인연합회의 협의를 비롯한 유사 행사 개최에 대한 논의는 없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회적으로 상생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는 만큼 각 업체도 주변 상권을 보호할 수 있는 방향으로 행사를 전개할 예정"이라면서 "무리하게 진행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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